그간 개인 및 사업체 납세자들을 위해 세무감사에 대한 대응과 변호, 급한 콜렉션 액션의 해결, 세금 및 벌금 탕감, 억울한 사정에 대한 항소 신청, 조세법원 소송, 해외금융자산 신고 및 감사 등의 사건을 수 년간 해결해오다 보니 연방국세청에서의 러브콜을 가끔씩 받지만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협상의 상대편인 정부 측에서 조세법에 따라 마땅히 거두어야 할 세금 징수와 법의 실현을 돕는다 라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별로 매력적인 작업이 아닌 듯 해서다. 반대로 고객들이 걸어온 무탈하지 않은 인생의 굴곡과 피치못할 개인적 사정, 달라진 경제적 상황과 각종 사업체가 가진 유니크한 이야기들을 퍼즐처럼 맞추어, 정부의 강압적인 징수 대신 합리적인 대안을 테이블 위에 제안하고 네고하는 과정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어느 하나의 사건도 뻔한 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사무실을 창업하고 나서 어쨌거나 감사하게도 사건들이 이어지고 마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세금액조정제안서 (Offer in Compromise) 를 며칠 째 쥐고 씨름 중이다. 고객이 경제적으로 극심한 상황임을 설명하는 페이지를 몇 번이고 수정하며 읽다보니 그 글을 쓴 나도 마음이 안쓰럽고 아팠지만, 그 와중에 감동에 찬물을 끼얹는 미심쩍은 은행잔고 내역이 눈에 밟히기도 한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 심지어 자료를 검토할 정부 직원까지도, 완벽한 사람이 없다. 하지만 쓸데없이 불필요한 부분에 눈이 가지 않도록 하거나, 부득이하게 모두 노출해야 하는 경우에는 미리 선수를 쳐서 배경설명을 함으로써 피해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 Offer in Compromise 인 것이다. 필요한 재정 부분까지만 노출하면서도 전체적인 투명성을 유지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일종의 아트나 게임 같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도박에 빠져서 자산을 탕진하고 엄청난 세금빚까지 져서 결국 징수직원이 배당된 사건이 있었다. 도박에서 딴 돈도 있었지만 잃은 돈이 더 많았음에도, 항목공제를 해서 손실을 보고하지 않아서 엄청난 W-2G 소득에 대한 세금이 책정되고 이를 정부가 징수하려는 케이스였다. 설상가상으로 건강까지 잃어버려 앞으로의 소득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런 경우 그를 위해 하버드대 의대 논문까지 뒤져서 도박을 오랜 기간 해온 사람이 카지노보다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우며, 가족 내력인 우울증이 도박 중독과 연결되어 있음을 연구한 자료까지 요약해서 제출했다. 고객의 잘못된 선택만이 세금빚의 원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노력이었다. 이러한 노력들과 비슷한 판례들을 사용해서 고객들의 케이스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프레임하려는 변호사들의 노력은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
몇 년 전 다녀가신 고객은 세금액조정안을 국세청에 제안하고 성공적으로 합의 승인을 받은 뒤 잘 갚아나가고 있었으나, 코로나 와중에 경제상황과 계획이 바뀜에 따라 정부가 합의한 내용대로 남은 금액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으로 다시 찾아오셨다. 이런 경우 탕감받았던 세금액이 다시 되살아나고 징수가 시작된다. 하지만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마지막으로 한 번 만 다시 합의안을 재조정해달라고 신청해볼 수 있다. 단 최근 회계자료와 증빙문서를 통해 재조정 이유를 설득력있게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단 한 번의 기회이므로 매우 신중하게 요청 양식을 완성하여 전체적인 제안서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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