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뇌동맥류 파열

필자가 응급실에서 일하던 시절의 경험이다. 50세의 여성환자가 갑자기 생긴 극심한 두통으로 내원 하였다. 환자는 강렬한 두통을 호소하였고 자신의 생전에 이렇게 심한 두통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두통외에도 환자는 뒷목도 매우 뻣뻣하다고 하였으며, 속도 좋지 않아 구토를 여러번 하였으며 걸음도 잘 못 걸었으며 어지럽다고도 하였다. 환자를 진찰하였을때 바로 눈에 띄인 점은 동공의 크기였다. 두눈의 동공의 크기가 달랐으며 한쪽 동공은 빛에 대한 반응이 매우 느려져 있었다. 뇌의 기질적 이상에 의한 이차성 두통이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응급 뇌촬영으로 컴퓨터 단층 촬영(CT, Computerized Tomography)을 하였으며, 뇌기저부에 출혈이 관찰되었다. 이어 시행한 뇌혈관 조영술에서 불행히도 환자의 대뇌동맥(cerebral artery)의 한부위에서 꽈리모양의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가 발견되었으며 이 곳에서부터 출혈이 생겼음을 알게 되었다. 환자는 곧바로 중재적 뇌혈관 색전술(embolization)을 받았으며 다행이도 생명이 위독한 상황을 벗어 날 수 있었다.

 

머리가 아픈 것은 일생 동안 누구나 한 번 쯤은 겪게 되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위 여성 환자와 같이 갑자기 발생한 두통, 또 새로 경험한 두통, 점차 심해지는 두통, 또는 두부강직(목이 뻣뻣함), 보행장애, 또는 어지러움증이나 다른 신경과적 소견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두통이라면, 이를 가벼이 넘겨서는 안된다. 이러한 경우 두통은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과 같은 흔한 일차성 두통이 아니라, 뇌 실질의 병변, 위의 예와 같은 뇌동맥류 파열, 뇌종양, 뇌경색 등에 의한 이차성 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뇌동맥류는 뇌동맥의 일부가 꽈리모양으로 부풀어 있는 경우로 적어도 전 인구의 1%에서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자각증상이 없으나 일부의 경우 위 환자와 같이 파열되어 뇌출혈을 일으킨다.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은 보통 뇌지주막(Subarachnoid) 아래의 출혈을 일으키며, 이때 머리 속에 충격과 더불어 생애에서 가장 심한 두통을 경험하게 된다. 뇌동맥류에 의한 출혈은 매년 인구 10만명당 약 10-20명 정도 발생 하는데, 이는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과 더불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매우 위중한 신경과적 응급상황이다. 따라서 조기에 이를 발견해야 만이 위험한 상황을 모면 할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시 약 15%에서는 출혈이 심하여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한다. 대부분의 경우 다른 이유로 검사를 하는 가운데 우연히 뇌동맥류가 발견되며, 여성 인구에서 약간 더 많이 발생하고 40세 이상의 연령에서 가장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