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창고를 비우세요

조금 더 잡고 싶어 손을 내밀었지만, 기어이 내민 손을 뿌리치고 한해가 다시 오지 못할 먼 곳으로 떠나가 버렸다.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했지만, 아직 저 멀리 떠나버린 옛 해가 그리워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나 가버린 해는 다시 오지 않는다. 어쩌랴! 미련은 아직 가슴 끝자락에 남아있지만, 새 것이 왔으니 새 것으로 채워가야지! 너무 많은 잔해가 남아있는 지난해의 아픈 기억들을 다 지워 버릴 수는 없지만, 못다 한 것들은 더 채우고 더 많은 것을 새롭게 단장하며 이번 해를 채워가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이번 해는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해였어요. 혹시 삼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내년에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요.”라고 하였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결코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다. 시련을 겪어야 하고 고통을 맛보아야 하고 슬픔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행복이 찾아올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나 너무 힘들어 겪을 수 없는 슬픔과 고통과 시련은 인생의 처절함을 만들어갈 수 있기에 마음을 다스려 자중해야 한다는 것도 우리는 배워가야 한다. 사람은 늘 욕심이라는 그물 속에 갇혀 사는 것 같다. 받고 또 받아도 채워지지 않아 늘 마음이 허하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채울 수 있는지 늘 고민하며 사는 것 같다. 가득하게 채우고 나면 다른 창고를 마련해야 하고, 그 창고가 채워질 때까지 그들은 많은 고민을 하며 산다. 그러나 창고를 비우고 또 비워도 아깝지 않은 것은 자꾸 채워지는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여인이 찾아왔다. “아파트 월세를 내야 하는데 돈이 좀 모자라요. 한 번만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월세가 밀리면 이자가 엄청 비싸요.”라고 하였다. “아파트 월세가 얼만데요?”라고 묻자 “방 하나짜리 아파트인데 $1600이에요. 그런데 한 $500이 모자라요. 다음에 월급 타면 꼭 갚아드릴게요. 아무리 털어도 더는 마련할 길이 없어서 염치 불고하고 이렇게 찾아왔어요.”라고 하였다. 그녀는 어느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는데 워낙 장사가 되지 않아 주인이 이번 달 월급은 우선 반만 받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된다.’고 하면 가게에서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월세를 내지 못해 걱정이 태산 같았다. “남편은 안 계세요?”라고 물으니 오래전에 사별했다고 하였다. 아이 둘과 함께 지금까지 살았는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하였다. 어느 분이 후원금을 주고 간 것이 있어 우리는 그것을 쓰기로 하였다. 그러자 그녀가 깜짝 놀라며 “정말 도와주시는 거예요?”라며 “너무 답답해서 큰 기대 하지 않고 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도움을 주어서 정말 감사해요. 제가 돈 나오면 꼭 갚을게요.”라고 하였다. “괜찮아요. 대신 돈 생기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 주세요.”라고 돈을 건넨 후, 라면 두 상자와 쌀 한 포를 기증하였다. 이것은 우리에게 큰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 주라며 선뜻 후원금을 주신 분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녀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었고 이번 달 월세가 해결되었다는 해방감에서 나온 눈물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쉽게 발길을 떼지 못한다. 고마운 마음이기에 그런 줄은 알지만, 우리는 “어서 가세요. 빨리 가서 월세 내세요.”라며 등을 떠밀듯이 그녀를 보내주었다. 가면서도 그녀는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떠나가는 그녀를 보며 우리가 행복한 것은 이제 그녀가 웃을 수 있는 미소가 있기에 기쁜 것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한 해의 끝자락에서 행복을 보았기에 아마 한 해를 보내는 것이 아쉬웠던 것은 아닐까? 이제 새해의 문이 환하게 열렸다. 모두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한다. 하긴 복이 있어야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기쁨이 있을 것이니 제발 “복 좀 많이 주세요.”라고 말한다. 새해 기해년에는 슬픔과 고통의 눈물이 아닌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하며 사랑하는 우리 한인 여러분의 가정과 하시는 모든 일에 주님의 축복과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며 새해에도 저희 예진회는 항상 여러분 곁에서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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