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에게 ‘젊었을때는 아무 제한없이 장래를 생각했는데, 어느덧 특정한 나이를 먹으면 지상에서 남은 시간을 고려하게 된다.” 라고 했다. 젊었을때는 ‘무엇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실천하고 노력하면 된다. 그리고 당연히 노력의 결과는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산다. 그런데 특정한 나이를 도달하면, 개개인에 따라서 50살이 될 수도 있고 60살이 될 수도 있는데, 남은 시간을 고려해야 하는것이다. 60먹은 사람은 40년짜리 장기투자 상품을 구입하지 않듯이,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현존 최고의 투자가로 인정받는 워렌 버펫이 BBC 방송국의 인터뷰 신청에 “내 계산으로는 내가 정력적으로 이 지상에서 활동할 날이 1000일 정도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를 아주 소중히 보냅니다. 인터뷰를 짧게 할 수 밖에 없음에 양해바랍니다.”라고 답신했다. 그의 나이는 87세 이다.
로마의 2대 황제 티베리우스는 복잡한 정쟁을 통해서 50세에 황제가 된다. 그리고 13년간을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사업을 계승한다. 그러다 63세의 나이에 수도 로마에 염증을 느끼고 지중해의 카프리섬으로 간다. 남은 자신의 삶에 대한 Quality of Life (삶의 질)를 찾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그후 74세에 죽는 날까지 카프리 섬에서 로마제국의 통치를 이어간다. 그가 카르리 섬으로 간 이유는 자신의 Quality of Life를 얻기 위해서 였다. 원로원과 시민들의 복잡한 수도 로마보다는 자신의 낙원을 찾았던 것이다. 나는 그가 그 후의 다른 어느 로마 황제들 보다 만족한 노년을 보냈을 것임에 확신한다.
최근에 여러곳에서 Quality of Life(삶의 질)이 목격되고 있다. 얼마나 오래 사는가에 못지않게 얼마나 충만한 삶을 사느냐가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다. 의사 친구는 나에게 “말기 암환자들에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고 고통스런 항암치료는 과연 환자를 위한 것인지, 환자 가족들을 위한 것인지 종종 자문해본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가고 싶다고 생각되는 아이비리그 명문대학도 과연 학생 당사자가 원하는 학교인지, 아니면 부모가 원하는 학교인지를 생각해본다. 나는 철학, 문학, 역사, 경영학의 인문학을 좋아했는데에 비해서 부친의 이공계 장래성 주장에 밀려서 공대에 진학했고, 엔지니어로 10여년의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나 결국 스스로가 원하는 글쓰는 부동산 에이전트에 도착했다. 가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처음부터 진로를 시작했다면 더 빨리 이곳에 도착했을까, 아니 더 행복한 생활을 했었을까 생각 해본다.
우리는 확실히 알렉산더 대왕보다 복 받은 사람들이다. 그는 대제국을 정복했지만 34살에 요절했다. 그에게는 Quality of Life라는 질문을 생각하기도 전에 삶이 막을 내린 것이다. 유럽의 복지국가 국민들이 행복한 이유는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할 수 있어서라고 한다. 지금 당장 무료의료보장, 기본생활보장, 노후생활보장, 기본 주택보장, 무료교육보장을 국가에서 제공해 준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아마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활동을 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할때 훨씬 더 높은 효율성을 창출한다. 아마 그래서 북유럽의 국가들은 적은 근무시간에도 높은 효율성을 보이는 것 같다.
얼마전 홈인스펙션으로 셀러와 바이어가 힘들게 대립하고 있는데, 상대측 에이전트가 협박에 가까운, 신경질적인 전화가 왔다. “너의 손님이 얼마나 실수하는지 알고 있니? 빨리 너의 손님에게 연락해서 우리측이 제시하는 조건을 받으라고 설득해! 이 기회를 놓치면 너도 커미션을 못 벌잖아!!!!” 내가 차분히 그 에이전트에게 “이봐, 우리는 결국 모두 죽는다. 그리고 임종의 자리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과 5분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일 거야. 우리 손님은 이미 마음을 결정했고, 나는 돈 몇푼을 더 벌기 위해서, 우리 손님의 의도와 반대되는 방향을 설득하지 않을거다. 왜냐하면 그 5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아무리 힘든 조건에서도 Quality of Life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