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2NE1’ 출신 산다라 박이 음악 영화인 ‘원스텝’으로 스크린 도전에 나섰다. 데뷔 작에서 주연을 맡게 된 그는 “음악 영화라는 장르적인 매력, 공감이 가는 시나리오 덕분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 번에 출연을 결정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원스텝’은 병 때문에 음악을 듣지 못하는 주인공이 음악을 통해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다. 산다라 박은 극 중 음악이 색으로 보이는 ‘색청’ 증상을 가진 시현으로 분했다.
그는 “영화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기타도 친다. 줄곧 음악을 해왔기에 쉬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투애니원의 음악과는 전혀 달랐고 ‘색청’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연기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저 현장에서 열심히 배우고, 노력할 길밖엔 없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통상 음악 영화라고 하면 ‘원스’ ‘비긴 어게인’ 등을 떠올리잖아요. 저 역시 그랬어요. 노래하고 기타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 그저 좋았죠. 하지만 ‘색청’이라는 희귀병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일단 정보가 너무 없었고 캐릭터의 내적 갈등이나 혼란의 심경을 구체적으로 연기하는 데서 막막함을 느꼈죠.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끈임 없이 나만의 상상을 펼쳤어요. 단지 앓고 있는 병이 아닌, 이로 인해 시현이가 느꼈을 상처와 슬럼프, 혼란이나 고통스러운 심경 등을 떠올리니 점차 수월해졌어요. 마치 제 이야기와 같은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2NE1 활동을 할 때는 모든 게 안정적이었고 매일이 즐거웠어요. 칭찬도 많이 들었고 멤버들 덕분에 외롭지도 않았죠. 개인 활동을 하게 되니 그 때와는 다른 대우, 시선이 낯설게 느껴졌죠. 악플도 많이 봤고요. 스스로 내가 정말 ‘모험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이 꼭 ‘슬럼프’나 어떤 고난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떤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마땅히 거쳐가야 할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아직 갈 길이 너무 머니까요.”
조금은 예민하고 불편할 수 있는 얘기들을 담담하게, 솔직하면서도 밝은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그녀였다.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기운이 금세 인터뷰 현장을 가득 채웠다.
그는 “이번 영화가 첫 데뷔작이고 첫 주연이라는 점에서 물론 무거운 책임감도 있고,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크지만, 그런 성과 보다는 많은 분들이 함께 공감하고 좋은 음악을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랬듯이 관객분들도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았다. 무엇보다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이 작품의 매력을 보다 잘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현장에서 나름대로는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배우면서 임했는데 아직은 부족한 게 너무 많더라고요. 그렇지만 우리 영화는 제 연기는 한 부분이고, 음악 그리고 메시지가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특히 지인들이 영화를 본 뒤 음악이 너무 좋다고, 너의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며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뿌듯했어요.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슬럼프를 겪는, 어떤 이유로든 상처가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이번 영화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아직 배우로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서 언젠가 좋은 연기로 많은 분들에게 인정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2NE1 산다라박과 배우 산다라박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두 모습 다 제 안에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특별히 달라지려는 욕심없이 자연스럽게 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웃음)”
영화 ‘원스텝’(전재홍 감독)은 오는 4월 5일 개봉한다. 산다라 박 이외에도 한재석, 조동인, 홍아름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