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의 안타까운 스코어로 시작된 여름대전이 ‘엑시트’와 ‘사자’의 합류로 진정 본격화됐다. 세 작품 모두 100억 원을 훌쩍 넘는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로 본전 회수만 350만 관객을 넘어야 한다. 디즈니의 벽을 허물고, 본전 회수를 넘어, 흥행 홈런을 날린 진정한 구원투수는 탄생할까.
여름대전의 첫 주자였던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가 채 100만 관객 돌파에도 실패하며 고전 중인 가운데 내일(31일)은 두 기대주 ‘사자’와 ‘엑시트’가 동시 출격한다. ‘사자’의 총 제작비는 약 147억 원, ‘엑시트’의 총제작비는 약 130억 원.
CG의 대향연이 펼쳐지는 안성기·박서준 주연의 오컬트 히어로물 ‘사자’(김주환 감독)는 귀신을 쫓는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로 기존의 그 어떤 퇴마물보다 한껏 화려한 볼거리로 승부수를 던졌다.
격투기 챔피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액션과 히어로물 성격을 강화하는 한편, 퇴마물의 정통미는 축소하고 공포 지수도 한껏 낮췄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신앙심마저 잃은 용후(박서준)는 어느 날 특별한 힘을 가지게 되고, 바티칸에서 온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그 숨은 진실을 알게 된다. 악령과 싸우며 점차 영웅으로 거듭나는 단순한 스토리에 엑소시즘과 공포, 드라마, 액션 등이 뒤섞었다.
소재는 물론 선과 악을 구현해내는 방식이나 다소 산만한 전개, 각종 기술을 접목시켜 탄생한 현란한 미장센에도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공포 지수가 너무 낮아 공포 마니아에겐 특히나 실망감을 안길 수도 있다. 오히려 만화적 색채가 강해 히어로 물을 좋아하는 1020 젊은 층에게 보다 적합한 장르물이다.
오랜 만에 만나는 재난버스터 ‘엑시트’(이상근)는 재난에 코미디를 입혀 쉽고 편안한 매력을 뽐낸다.
소소한 유머와 일상적 캐릭터의 향연으로 친숙하고도 신선한 매력을 가득 품고 있지만, 이로 인해 재난물 특유의 긴장감은 떨어진다. 산악동아리 출신 동아리 남녀 선후배가 유독가스가 퍼져 아수라장이 된 도심을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매력적인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물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다소 뒷심이 부족하다.
사람들이 쓰러지고 죽어가는 상황에서 두 주인공의 끝없는 웃픈 상황의 연속과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다소 뜬금없는 에피소드들은 일상성을 넘어 몰입도를 깬다. 위기의 연속이지만 결말로 갈수록 스릴감은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조정석과 임윤아의 현실 연기와 케미는 기대 이상이다. 특히 ‘공조’로 코믹 잠재력을 살짝 공개했던 윤아는 ‘엑시트’로 배우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금 기대케 한다. 재난물의 클리셰를 비튼 각종 소소한 지점들이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한다.
개봉을 앞두고 두 대작의 치열한 홍보전이 벌써부터 뜨거운 가운데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된 만큼 최소 350만 이상의 관객이 들어야 본전치기인 살벌한 대전에서 과연 디즈니시대를 깬 새로운 주역은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