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젊어서 두 번 결혼하고 또 두 번 이혼을 했습니다. 두 번째 이혼을 마지막으로 혼자 살기를 이십여 년, 아이들은 모두 집을 떠났고, 혼자 지내기에 외롭기도 해서 세 번째 결혼을 예순이 넘어서했습니다. 이제 제 나이는 예순일곱. 남편은 저와 동갑내기입니다. 남편 되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매너도 있고, 재산도 있어 보였습니다.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하고 해서 결혼을 했습니다. 이제 결혼한지 벌써 4 년이 되었는데, 남편은 알고보니 빈털터리였습니다. 평생 올곧은 직장 한 번 없이 이것 저것 해본 듯한데 부모가 물려준 유산으로 이제껏 살아왔다고 하는군요. 결혼하고 나서 남편은 한 번도 돈을 벌어 온 적이 없습니다. 나가서 일을 찾아 보라고 해도, 자기는 나이가 많아 일을 안 준다고 하네요. 저는 아직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평생 한 번도 쉬어 보지 않았고, 늘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큰 돈을 벌지는 못해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정도는 됩니다. 남편은 낭비벽이 있으며 타인에겐 호탕하고 친절한 사람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늘 당신이 밥값을 내고, 상점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가격은 보지도 않고 계산대에 올려놓곤 합니다. 여러번 돈을 아껴쓰라고 충고를 해보지만 말 귀에 부는 샛바람입니다. 각 방을 쓴지도 이미 여러 해입니다. 부부의 정도 없는 사이인데, 이제는 지칩니다. 남편은 나를 현금지급기로 인식하고 있는듯 한데, 후회막급입니다. 이혼을 하자고 몇 번 이야기 했는데, 그때마다 남편은 자기 혼자 살 수 없다며 눈물을 그렁입니다. 또 그럴 때면 남편은 무척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으로 변합니다. 함께 살자니 답답하고, 따로 살자니 불쌍한 그런 사람입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남편을 어쩌면 좋을까요? 두서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답: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 있지요. 모시 고르다 삼베 고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두 번 실패를 거울 삼아 세 번째는 성공했어야 하는데, 이 번에도 역시 최상의 선택은 아니었나 보군요. 하지만, 아직 누군가가 질문하시는 분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고 하는 사실이 꼭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