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걸러 비가오는 지겨움이 들썩일때쯤 반짝반짝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어찌 이리 반가울까.
정직한 삶의 속도가 갖어다준 담백한 일상,그리고 정적인 내가 느슨하고픈 아침의 일상은 느리고 평화롭기를 원하면서 진한 커피로 온몸의 세포를 천천히 일으킨다.
그러다 천천히 휘이이 둘러본 집안의 정경은 예전보다도 많이 정리되고 단조로워졌다.
어쩌면 나이 들수록 물건은 덜어내고 삶의 풍요는 채우고 싶었던 나의 욕심을 알아챈것일까…어쩌지도 못할 그 많던 소품과 그릇들,
가구들이 몇주간을 내집에서 지냈던 언니의 손에 완벽한 자리매김과 안성맞춤의 제자리에 정리되어졌다.
그렇게 비워주고 따뜻함은 채움으로 남겨놓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한참 동안을 쓸쓸함,형용할 수 없는 빈자리가 더디 가더니만 꽤 잊혀질때쯤 또다른 따뜻함의 사람들이 말갛게 부서지는 햇살과 함께 이집을 노크하며 채워주고 있다.
그 따뜻함의 정서를 갖은 이들에게 나는 무엇으로 채워 손에 쥐고 마중할까
먼저 냉장고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피클들을 열거해볼까 한다.
1단계:질좋은 통후추와 허브가 어우러져 저며진 오이,진하고 달달하게 다시마 로 우려낸 1:1:1:의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는 간장 초절임에 담겨 있는 당근을 모아서 수분을 빼놓는다.
2단계:달달하면서 맛있게 가미된 각종 향료로 배합된 상큼한 식초물과 절임간장은 다시 한번 통큰 냄비에 펄펄 끓여
알레그로 속도로 뽀글뽀글 올라오다 스타카토의 순간 멈춤으로 끓어 오르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자질구레 제구실 못하며 몇날을 어둡고 습한 냉장고 서랍 한켠에 자리 잡은 양파 몇개와 아삭이 고추에다 매몰차게 부어줘서 순간 코팅을 해주는거다.
3단계: 냉동실에 얼려 놓은 빨간 생고추를 흐르는 물에 흉내만 내주고는 칼날에 아픔을 적당히 준뒤 마늘,찬밥덩이 사과,
새우젓을 혼자 있는 적막강산 집안에 윙~~~하고 소음으로 가득가득 채워주는거다.
4단계: 간이 잘베어진 피클들과 어우러지도록 싱싱하게 쭉쭉 뻗은 민들레를 3등분하여 솔솔 소금을 뿌려 숨을 죽여놓는다.
이제는 합하여서 새로운 맛의 하모니를 창조할 순간이다.필살기 메실 에기스로 블링블링 달달함으로 간을 맞춰 뜨겁게 소독한 유리병에 소복소복이 꾹꾹 눌러 담는다.
5단계:자~이제는 마지막으로 완성해볼까?
어쩌다 내손에 간택되어 푸드 스타일링 할때는 귀히 여기며 사랑해주사 몇시간을 어루만져 사진에 담으시더니
촬영이 끝나면 휘이 던져놓은 린넨이 비우려 했으나 비우지 못한게 한보따리다.
그러할진데 그래도 함께한 세월이 아쉬워 3년이 훌쩍 넘게 인고의 세월을 감내한 묵은 린넨들을 격에 맞춰 재탄생 시켜보기로 했다.
먼저 쭈글이가 되어 당췌 빛이 안날것 같은 넉넉한 사이즈를 선별해 빳빳하게 다려 놓는다.
6단계:뽀글뽀글 올라올 김치의 숙성을 방지하기 위해 병에 가득 담은 피클김치를 조금씩 덜어내고,
뚜껑에다 나의 시그니쳐와 알랑방구 “늘 응원합니다” 라는 문구를 남겨 뚜껑을 닫는다.
그리고는 다려놓은 보자기를 당당히 펼치사 담은 김치를 한가운데 안착 시킨뒤 손끝에 집중하며 매듭을 짓는다.
마지막으로 내일 모레면 “화무십일홍”이 돼서 마지막 숨을 거둘 쎈터피스에서 나름 잘 말려진 나뭇가지를 빼다가 매듭 마지막에 비녀 꽃듯 끼워주니 후훗~~과이 나쁘지 않더라이다.
나는 알랑방구할 생색꺼리가 생겨 좋으시고,받는 이들은 명절 선물쯤 돼보이는 아주 특별한 보자기 김치 선물을 받아서 좋고,
누이좋고~~매부좋고~~~카톡으로 미리 공지한 언니가 “보경아~”하고 들어 서기전 사진에 얼른 담아놓고 건넬 준비를 하면 된다.
하나는 학업을 마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또다른 하나는 된 몸앓이를 하고 회복이 얼마 안된 나의 멘토님에게…
채움과 비움의 미소로 맞이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