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이 홰를 치는 정유년

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제 정유년, 붉은 닭의 해가 서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며칠 남지 않은 2016년, 너무 무섭고 끔찍한 한 해가 아니었든가 싶다. 아예 생각하기도 싫은 올해, 늘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바라보며 아쉬움으로 보낸 한 해였지만, 올해는 아무 미련없이 떠나 보내고 싶은 이 마음을 무엇일까? 아마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의 마음이 나와 같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정말 평화와 축복만이 가득한 정유년 한 해가 되기를 마음속 깊이 묵상하며 기도해 본다. 지나간 것은 한낱 지나간 추억이라고 말들 하지만,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가 아니라, 떠나는 한 해가 너무 아쉬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그런 정유년 한 해가 되어, 우리 이웃들이 더없이 행복하고 기쁜 날들이 되기를 희망한다.

갈 곳이 없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거리를 떠돌던 노인은 지금 이 추운 겨울에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고픈 배를 움켜쥐고 멍한 눈망울을 굴리며 먹을 것을 찾던 그 청년은 지금 어디에서 굶주린 배를 채우고 있으며, 아무 이유 없이 집을 나가라고 강요하는 남편 때문에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 흘리던 여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가슴으로 마음으로 혹독한 삶에 대한 원망으로 눈물 흘리던 그들, “남편이 무서워요. 매일 술 먹고 욕하고, 때리고 이젠 더는 남편과 살고 싶지 않아요. 이제 이혼하고 싶습니다.”라며 눈물 흘리던 노인의 사연을 들으며 긴 한숨만 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깝던 그 시간,

누구를 위해 또는, 무엇을 위해 나는 그곳에 그들과 함께 서 있었을까.

그들의 아프디아픈 사연을 들으며 한 조각의 꿈도 희망도 안겨줄 수 없었던 한 해, 생각하면 울컥하고 한 움큼의 피를 토해내는 듯한 쓰라린 고통을 가슴에 담았던 한 많은 한 해를 우리는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

막막한 인생살이 때문에 굽은 등을 펴지 못하는 노인이 살아갈 수 있도록 차를 제공해 주었을 때, “이제 정말 열심히 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커다랗게 웃음 지으며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 노인을 바라보는 그 행복,

생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별것도 아닌 생필품을 받아 안고 눈시울을 적시던 우리 이웃들을 보며 가슴 저미는 아픔을 느꼈고,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부부의 모습을 보며 모금운동 하여모여진 돈으로 학비를 지원해 주었을 때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표현하던 그들을 보며 가슴 뿌듯한 기쁨을 느끼지 않았던가. 천식을 앓고 있으면서도 돈이 없어 한방 치료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에게 병원 치료비를 건네주었고. 방세를 마련하지 못해 한숨 쉬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 줄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우리 이웃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웃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었고, 우리 곁을 늘 함께 지켜주시는 주님의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가 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병신년이라고 했을까요?”라고 묻는 누구에겐가 “그건 제가 모르지요.”라고 대답하고 보니 실없는 웃음이 나온다.

늘 이맘 때가 되면 떠나는 한 해가 아쉬어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보내는 미련을 가슴에 담았건만, 유난히 올해는 그런 아쉬움이 남지 않는 건 무슨 이유일까? 이제 떠나는 올해, 아쉬운 한 해가 아닌 밝을 병, 펼 신의 병신년이 아닌 정말 븅신같은 한 해, 잘 가거라, 병신년아, 이제 병신년 네가 가면 붉은 닭 잘난 년이 꼬~끼오 하고 홰를 치며 해를 뚫고 떠오르리라.

 

사랑하는 한인 여러분, 새해가 다가왔습니다.

다가오는 정유년, 붉은 닭해에는 슬픔도 고통도, 그리고 아픔도 없는 평화만이 가득한 축복이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올 한 해도 저희 예진회 봉사센터에 많은 관심으로 지켜주시고 사랑해 주신 여러분에게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앞으로도 저희는 힘차게 발로 뛰며 노력하는 여러분의 친구가 되고 힘들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아는 예진회가 되겠습니다. 새해엔 더 많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예진회 임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