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신청을 하던 중, 손님이 뜬금없이 “요즘 한인회가 왜 그렇게 시끄러워요?”라고 묻는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라고 한다. 그를 보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곳에는 수많은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는 언론의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그 단체들은 과연 어떤 일을 하며 단체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일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저 “내가 알 게 뭐야?”라고 관심 밖으로 생각하기보단 그 많은 단체는 과연 무슨 이유로 거기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 한인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 가치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메릴랜드, 워싱턴 디씨 그리고 버지니아 이 세 곳의 주에 수 백 개의 단체가 존재해야 할 까닭이 과연 있는 것일까? 물론 많은 단체가 존재하여 우리 한인의 권익을 위해 또는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그것은 박수를 보내야 할 아주 고귀한 단체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도움을 청해도 그들은 “저희는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다는 말을 듣고 아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당뇨로 약을 먹을 수 없었던 그는 시력을 잃어 가고 있었고 너무 답답한 나머지 각 단체에 연락했지만 어느 단체도 그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 없다고 하였다. 그는 “아예 전화 자체도 받지 않아요. 그래서 걸러 걸러 여기까지 왔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이제 한인들의 따뜻한 정성으로 시력을 되찾아 직장을 찾고 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다른 사람이 “여기 있는 단체들 다 헛방이에요.”라고 하여 잠깐 웃음을 흘렸지만, 그저 나오는 헛웃음으로 지나가기엔 너무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한인을 위해 설립한 단체, 그러나 한인을 위해 일을 할 수 없다면 그러한 단체는 존재해야 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도움을 청하는 한인에게 “우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그들이 존재하는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어느 한인회 회장의 무모한 판단과 결정으로 한인 단체장들이 들고일어났다는 기사를 보았다. 하지만, 단체장의 잘 잘못은 단체장들이 해야 할 일이기보단 한인들이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요즘, 그렇지 않아도 세상이 혼란스러워 이민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한인 단체까지 더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한인을 위한 단체가 아닌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단체는 그냥 사라져 주면 오히려 신문을 던져 버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민 생활에 있어 인생이 고달프고 마음이 고독할 때 그리고 어려울 때 함께 돕고 도와줄 수 있는 한인 단체가 우리 한인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러한 그들을 껴안아 줄 수 없고 손을 잡아 줄 수 없는 단체가 우리에게 필요할 이유는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추운 겨울은 다가오는데 겨울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한인 단체가 정말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아니 생길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한인 단체가 한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단체를 이끌어 간다면 우리 한인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쌀을 찾는 사람, 방세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 “정말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라며 한숨 쉬는 우리 한인들을 그들은 보았는가? 보아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 있으나 마나 한 단체. 홀로 아이 둘을 키우는 젊은 엄마는 “도움을 청하려고 갔다가 망신만 당했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아니 왜 망신을 당해요?”라고 묻자 “그런 걸 왜 우리한테 말해요? 그리고 그런 거 청하려면 제대로 알고 오셔야 하는 것 모르세요?”라며 야단을 치더라는 것이다. 젊은 엄마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고 하였다. “물어보지요? 왜 그렇게 화를 내느냐고요.”라고 하자 “너무 무서웠어요. 다른 사람도 있는데 너무 황당해서 그냥 나왔어요.”라고 하였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세상살이가 너무 슬프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한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그런 단체가 생겨나기를 마음으로 기원한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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