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여성 환자가 평생 앓아온 두통(headache)으로 클리닉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중고등학교때부터 시작된 만성 두통을 이야기하였다. 거의 날마다 반복되는 두통과 때로는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때가 많았다. 이러한 두통은 환자의 평생 여러 면으로 환자의 생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 한다. 환자는 과거 진통제(analgesics) 등 약물을 포함한 여러가지 치료를 받아보아 봤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환자의 두통은 전형적인 편두통(migraine)으로, 두통이 심할 경우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를 하기도 하였고 심장 박동 처럼 욱신(throbbing)거리는 두통이 때로는 하루 종일 지속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보통은 5-6 시간 정도 지속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두통은 적어도 한달에 20일 이상 지속되었으며 때로는 한달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환자를 괴롭혀 왔다고 하였다. 필자는 이 여성환자의 두통을 만성 편두통(chronic migraine)으로 진단하였고 ‘보톡스 치료(Botox Treatment)’를 시작하였다. 놀랍게도 환자는 보톡스 치료 1주일후 두통의 빈도(frequency)와 심한 정도(intensity)가 눈에 띄게 감소하였으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통증이 호전되었다.
일반인들에겐 흔히 얼굴의 주름을 펴주는 성형 목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보톡스는 사실 알러겐(Allergan)이라는 제약회사가 만든 보툴리늄(Botulinum) 독소의 상품 이름이며, 원래 보튤리늄이라는 세균(Clostridium botulinum)에서 얻어진 신경독소(neurotoxin)이다. 극소량으로 근육의 마비를 일으켜 짧은 시간안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매우 치명적인 독소로 생화학무기로도 사용되는 무시무시한 독소이다. 오래전부터 보톡스의 두통개선 효과가 보고되어 왔으며 마침내 2010년에는 미식품의약국(FDA)에서 만성 편두통의 치료로 승인을 받게 되었다. 매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보톡스 치료로 두통 및 삶의 질이 개선됨과 동시에 만성 편두통의 예방(prevention)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먹는 약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만성 편두통 환자의 약 70% 정도에서 보톡스 치료가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위 여성 환자의 예와 같이 만성 편두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가 있다면 필자는 보톡스 치료를 한번 고려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