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한약 한재 해 주세요~
종종 수험생 자식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머리가 좋아지고 집중력이 올라가는 한약을 한재 지으러 왔다며 내원하시는 어머니들이 있다. 수험중인 아이의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아 자꾸만 성적이 떨어지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흔히 말하는 ‘총명탕’을 지으러 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간편하게 먹기만 하면 머리도 좋아지고 성적도 오를 수 있는 한약이 있을까? 도대체 사람을 더 똑똑하게 만들어 준다는 이 마법같은 한약, ‘총명탕’의 정체는 무엇일까?
총명탕의 역사는 500년 이상
총명탕의 기원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유명한 의사인 공정현이 1581년에 간행한 ‘종행선방’이라는 의서에 처음 등장한다. 그 구성이 매우 간결하여 총명탕에는 백복신(白茯神), 석창포(石菖蒲), 원지(遠志)라는 단 세가지의 약재만이 들어가는데 심지어는 먹는 법도 매우 간편하여 이 세 약재를 각각 동일한 분량으로 섞어 한번에 12g씩 물에 달여 먹거나, 가루를 내어 8g씩 찻물에 타서 하루에 세 번씩만 먹으면 된다고 한다. 또 ‘동의보감’에서는 백복신, 원지, 석창포에 생강을 더해 총 네가지의 약재로 ‘총명탕’을 구성했는데 이 또한 공정현의 원 처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간결한 처방에 비해 그 효과는 매우 뛰어났는데, 공정현은 자신의 의서에 총명탕의 효능을 ‘오랫동안 먹을 경우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암송할 수 있다’라고까지 표현하였고, 허준은 기억력을 증진시켜 ‘건망증’을 치료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처방이라 하였다.
총명탕은 지능을 더 좋게 하는 약이 아니라, 저하된 기억력을 회복시켜 주는 처방
그럼 실제로도 총명탕은 알려진 만큼의 효과가 있어 수험생의 집중력과 암기력을 증진시켜 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우에 따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왜냐하면 총명탕은 근본적으로 평범한 사람의 머리를 더욱 좋게 해주어 지능을 높이기 위한 처방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인해 저하된 기본적인 기억력을 ‘원래대로’ 복원해 주기 위한 ‘치료약’이기 때문이다. 총명탕의 처방 중의 백복신은 심(心)을 튼튼하게 함으로써 놀람•황홀함•성냄 등을 진정시켜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석창포는 마음으로 통하는 구멍 즉 심공(心孔)을 활짝 열어주어 생각을 원활하게 해주며, 원지는 마음 구멍에 쌓인 찌꺼기(담연(痰涎))을 제거해 마음을 맑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총명탕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상은 ‘여러가지 잡념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인해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된 상태’로 고생하는 이들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특별한 건강상의 이상이 없어도 입시 스트레스와 여러 잡념으로 인해 기억력과 집중력의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이 ‘총명탕’을 통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총명탕보다 머리를 좋게 해주는 처방들?
하지만, 딱히 스트레스나 불안증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뭔가 다른 연유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경우라면 ‘총명탕’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실제로 운동과 식단의 불균형으로 인해 체력이 저하되어 인해 수험 공부에 지장을 겪는 수험생(피곤함, 맑지 않은 머리, 입맛저하)들은 ‘총명탕’ 보다는 기혈을 소통하고 기력을 끌어올리는 ‘보양’과 ‘보음’의 효능을 지닌 ‘십전대보탕’ 같은 일반적인 ‘보약’처방이 더 ‘기억력을 개선시키는 데에 도음이 될 것이다.
또 수험기간동안 불어난 체중으로 인한 담적(기혈의 막힘)이 원인이 되어 공부에 지장을 받는 경우(불면, 건망증, 체력저하, 두통)라면 당연히 몸에서 붓기를 빼주면서 체중을 조절해주는 처방이 일반적인 ‘총명탕’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결국, 총명탕이란 건망증 개선과 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처방임은 분명하지만, 모든 건망증에 총명탕이 최선의 처방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 놓을 필요가 있다. 치료를 선택할 때의 기준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아닌 처음 문제가 시작된 원인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