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는 아이

알지 못하는 어느 여인으로부터 쪽지가 한 장이 날아왔다. “다음 달이 예정일이에요. 입양을 보내려고 하는데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뜬금없는 한 줄의 글을 읽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면 지식in이라는 곳이 있다. 가끔 들어가 보면,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을 해 주는 곳이다. 내가 뭐 대단한 지식인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것들을 말해주고 감사의 인사를 받기도 하는데, 정말 어이없는 질문을 볼 때는 그냥 창을 닫는다. “초 5예요. 너무너무 사랑하는 애를 만났어요. 아마 백 년 만에라도 그런 아이를 만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고백을 했는데 차였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말 죽고 싶어요.”라는 글이 있는가 하면, “중 2예요. 내일 남친이랑 처음으로 섹스하기로 약속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요. 가르쳐주세요.”라는 글도 있고, “22세 대학생인데, 돈 많은 부잣집 남자만 보면 꼬시고 싶어서 섹스해요. 잘못된 걸까요?”라는 글도 있다. 처음엔, 아니 이것들이 미쳤나? 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으니, 처녀가 임신하여 아이를 낳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우리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일 뿐이다. “23세 여자예요. 남자 친구와 성관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남자 친구를 꼬셔서 관계하게 만들까요?”라는 철딱서니 없는 질문, 게다가 아이고 어른이고 내뱉는 상스러운 욕설은 그냥 심심풀이 땅콩이 되어버렸다. “3년 동안 동거했어요. 그런데 이젠 권태기가 왔다고 헤어지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 죽고 싶어요.”라는 여자, 이렇게 동거하다 차인 여자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치고, 남자들은 권태기라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니 참으로 어찌하면 좋을꼬. 어떤 여자는 “5월이 예정일인데 남자아이예요. 예쁘게 키워주실 분 안 계시는가요?”라며 호소하고 있었다. 부모들은 열심히 일해서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는데 자식들은 하라는 공부보다 남자나 여자나 사랑이랍시고 성관계나 하고 있으니, 부모의 마음이나 속을 조금이라도 헤아렸으면 싶다. (Alprazolam) 지금 나에게 쪽지를 보낸 그녀는 아마 내가 미국에 사는 것을 알고 그런 부탁을 한 것 같은데. 입양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답을 해 줄 수 없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녀들의 사연을 읽는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데 아직 배 속에 있는 아기를 남에게 주어야 하는 그 엄마들의 마음은 오직 아프리, 이제 곧 두 손을 불끈 쥐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준비하고 있는 아이의 아빠는 어디로 가고 엄마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일까? 아마 미혼모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왜 아이를 입양 보내려고 하세요?”라고 물어볼 수도 없고, 어찌하면 좋을꼬,

어떤 부부는 결혼한 지 몇 년이 되어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데 그 부부에게 입양이라도 추천해 보고 싶지만, 잘못 말했다간 멀쩡한 귀싸대기 맞을까 봐 말도 건넬 수가 없으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자꾸만 가슴으로 파고든다.

성에 대한 관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로 몸주고 마음 주었더니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아기를 받았다. 그런데 아기를 받고 보니 그놈은 떠나버리고 말았으니 불쌍한 것은 아가일 뿐, 엄마도 아빠도 없는 이 세상에 나와 어찌 살아가야 할까, 그 예쁜 눈으로 엄마 아빠를 볼 수도 없고 옹알리하며 엄마 아빠를 찾아도 엄마 아빠는 아이 곁에 없으니 그 아가의 세상살이가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고 궁금한 것을 알려주는 지식인 창에 이러한 사연이 올라올 줄 누가 알았으랴,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지만, 알고 나니 역시 아픈 건 마음뿐이더라,

“미국으로 간 아빠와 오빠를 찾고 싶어요.”라는 20대 후반의 여성, 엄마와 이혼하고 아들만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간 아버지를 찾는 딸, 이제 성장하여 보니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아버지와 오빠가 그리웠다고 했다.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라고 했다. 아무리 잊고 살고 싶어도 혈육에 대한 그리움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 아버지는 어떻게 자신의 딸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을까, 아니 잊은 것이 아니라, 잊고 살고 싶었던 것이겠지, “저의 아버지는 뉴욕으로 가셨어요.”라며 아버지와 오빠의 이름을 알려 주어 인터넷으로 뒤졌는데 같은 이름이 너무 많아 지금부터 전화로 연락해야 보아야 할 것 같다. 찾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만난다면 그보다 더 기쁘고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입양 보내고 싶다는 그 엄마도 아가도 평생토록 자신의 부모와 자식을 못 잊으며 살아갈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