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세금 이야기보다 오늘은 영리하며 글솜씨도 좋은 정신과 의사 마크 고울스톤의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책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를 소개하고자 한다. 원제는 그냥 밋밋한 [Just Listen]이다.
저자는 인간의 뇌를 우리가 지금까지 알았던 좌뇌, 우뇌가 아닌 3개의 종류로 나누고 있다. 가장 안쪽에 원시적인 파충류의 뇌, 중간에 포유류의 뇌, 그리고 가장 바깥쪽에 영장류의 뇌로 말이다. 본능, 감정, 이성의 단계로 보면 되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성은 잠시 마비되고 제어가 안되는 본능의 단계인 파충류 뇌의 단계로 떨어진다. 이 상태에서 설득은 절대 불가능하다. 책 속에 이런 문구가 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가장 바깥쪽에 있는 ‘인간의 뇌’에 말을 걸어야 한다. ‘뱀의 뇌’나 ‘쥐의 뇌’에 말을 걸면 안된다… 상대방의 인간의 뇌가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가장 안쪽이나 중간에 있는 뇌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사나 고객, 배우자나 자녀에게 말을 하고 있다면, 그건 궁지에 몰린 뱀이나 기껏해야 잔뜩 흥분한 토끼에게 말을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뇌의 안쪽 깊숙이 자리하는 ‘편도체’는 위협이 감지되면 즉각 행동을 개시한다. 비단 물리적인 위협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공격적인 말이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위도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편도체는 일단 위협을 느끼면 논리를 담당하는 전두엽에서 오는 정보를 차단하고 원시적 본능에 충실한 행동을 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뇌의 조종사인 전두엽 대신 ‘뱀’이 비행기를 조종하는 단계가 극에 달해 있는 누군가에게 사실과 논리를 내세워 바른 말이랍시고 이야기한다면 괜한 시간 낭비이거나 결과는 싸움 뿐일 것이다. 이 때는 흔히 영어 표현으로 “Let them vent”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상대방을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한 템포 늦춰서 들어주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이지 이렇게 하기란 어렵다. 상대방의 감정이 격해지면 나 또한 감정이 격해서서 뱀의 뇌 단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글부글 끓기 전에 사용할 수 있는 Skill 중에 하나로 이 책은 ‘요약해주기’ 기술을 제시한다. 내 말을 멈추고 상대의 말을 ‘요약’하며 질문을 하는 것이다. 단, 설교하지 말고 거울처럼 미러링 (mirroring)하며 질문을 하되, 나를 돋보이는 질문이 아닌 상대를 돋보이는 질문을 해야 한다. 과거의 실수를 파고들지 말고 미래의 실수를 피할 수 있는 기회로 대하라는 것이다.
이런 스킬로 감정이 격한 상황을 일단 벗어나 상대방이 경계심을 풀기 시작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 신뢰를 악용하지 않는 것이다. 다투거나 시비를 걸거나 상대방이 답변한 내용을 시시하게 받아들인다면 소통은 어렵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은 점은 상대방의 감정이 격해질 때 이는 나를 위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신의 말이 고려되지 않고있다고 느끼거나 무기력하고 보잘 것 없어보이기 싫은 생각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것만 인지하고 있어도 나의 감정을 빨리 추스리고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을 듯 하다. 최근에 있었던 갈등 상황을 되짚어보자. 내 감정과 반응이 어땠는지, 뱀의 뇌 단계에 있는 상대에게 이성을 들이대지 않았는지. 의사 소통 관련 서적 중 가장 이해하기 쉬운 책이어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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