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변호사님, 저 미국 떠난 지 벌써 몇 년 됐어요. 그런데 왜 아직도 마음이 불편할까요?” 미국 생활도 정리하고 영주권을 반납하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끝난 것 같지가 않습니다.
자녀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결혼해서 손주들도 생겼습니다. 미국을 떠나 해외에서 시작한 사업이 생각보다 잘 됩니다. 이제는 미국 진출도 꿈꿉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녀와 손주들에게 재산을 어떻게 물려줄지도 고민합니다. 그때 비로소 깨닫습니다. 떠날 때 정리하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는 것을요.
영주권자도 ‘출국세’ 대상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출국세는 시민권 포기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최근 15년 중 8년 이상 영주권을 보유했다면 ’장기 영주권자(Long-term Resident)’로 분류되어 영주권을 반납하면 시민권 포기자와 똑같은 출국세 규정을 적용받습니다. 1년 중 하루만 영주권을 가지고 있었어도 그 해는 1년으로 계산됩니다. 그리고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출국세대상자 (Covered Expatriate)가 됩니다. 순자산 200만 달러 이상이거나, 직전 5년 연평균 소득세 부담액이 기준 금액 초과 (2020년 기준 17만1천 달러), 혹은 직전 5년간 미국 세법을 모두 준수했다는 사실을 Form 8854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재산이 많지 않아도, 소득이 크지 않아도,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 출국세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해외에 살면서 미국 소득세신고를 하지 않은 분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 함정에 걸립니다. 연방국세청이 본인 대신 세금보고를 한 경우에는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출국세대상자 (Covered Expatriate)가 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하나는 출국세 자체입니다. 영주권을 반납하기 전날, 전 세계 모든 자산을 시가로 팔았다고 가정하고 그 차익에 세금을 매깁니다. 일정 금액(2026년 기준 91만 달러)까지는 공제되지만, 성장한 회사 지분이나 부동산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른 하나가 더 무섭습니다. 바로 자녀에게 증여하는 일입니다. 출국세대상자가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 미국 거주자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하면, 받는 사람이 최고세율(현재 40%)로 세금을 냅니다. 미국세법 제2801조입니다. 출국세대상자에게 받은 증여는 일반적인 미국 증여세와 달리 평생 면제 한도가 없습니다. 매년 연간 증여 면제 한도(2026년 기준 1만9천 달러)를 넘는 금액은 받는 사람 (미국 납세자)이 세금을 냅니다. 그리고 이 규정에는 기한이 없습니다. 10년 뒤에도, 30년 뒤에도 적용됩니다. 부모가 떠날 때 정리하지 않은 숙제를, 미국에 사는 자녀가 대신 짊어지게 되는 셈입니다.
또 하나. 출국세대상자가 영주권 포기 전에 해외 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가지고 있거나 경영에 관여했다면, Form 5471이라는 정보 신고 의무가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서류 하나를 누락해도 연도별로 1만 달러의 벌금이 기본입니다. 해외 계좌라면 FBAR와 Form 8938도 따라옵니다.
IRS에는 여러 가지 정리 절차가 있습니다. 해외 거주자를 위한 Streamlined 절차, 정보 신고 누락을 바로잡는 절차, 그리고 형사 문제가 걸린 분들을 위한 별도 절차가 있습니다. 어떤 절차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모두 ‘자진해서 하는 신고’처럼 보이지만, 성격도 요건도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IRS가 먼저 연락해 오면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가족이나 회사 내 직원의 자진 신고 서류를 통해 나와 관련된 정보가 이미 IRS 기록에 올라갔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떠난 후에 정리하는 것은 떠나기 전에 정리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비용도 더 들고, 시간도 더 걸립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출국세대상자 지위를 피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정리하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계속됩니다. 사업을 미국으로 확장할 때마다, 자녀에게 증여할 때마다, 마음 한쪽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그 무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집니다. 정리하면 적어도 내 숫자를 알게 됩니다. 얼마를 내야 하는지, 자녀에게 어떤 방식으로 물려주는 것이 나은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미국을 떠나셨다면, 이제는 미국과의 관계도 제대로 마무리할 때입니다. 떠나는 것도 끝맺음이 필요합니다.
Sammy Kim 변호사는 워싱턴 D.C. 와 버지니아주에서 활동하는 세금 전문 변호사입니다. 개인,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IRS 나 주정부와의 세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6 년부터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주간 세금 이야기를 꾸준히 연재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 문제를 쉽게 풀어주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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