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가족을 찾을 수 있을까요?

20여 년 전에 미국에 이민 간 동생을 찾고 싶어 하는 언니와 형부의 사연이 인터넷에 떠 있었다. 이제 늙어 병 든 노모는 오랜 세월 소식 없는 사랑하는 딸이 보고 싶어 딸만 찾고 있었다. 그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에 동생을 만나게 해 주어야 하겠다는 언니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올린 사연이었다.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흘러가 버렸고, 이웃 동네도 아닌 머나먼 미국에서 어떻게 동생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딸을 보고 싶어 하는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동생을 만나야 하는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미국 땅을 다 헤집고 다닐 수도 없었다.

우연이었다. 나와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나는 “영문 이름을 주세요.”라는 글을 보냈다. 그러자 주소와 이름을 받았는데 바로 우리 이웃인 볼티모어 메릴랜드였다. 우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 주소와 이름은 동생의 시아버지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시아버지를 만나면 며느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어로 된 주소는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짜깁기를 해도 인터넷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름을 넣어도 주소를 넣어 수십 번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그런 주소는 없다고만 할 뿐, 그 영악하다는 인터넷도 끝내 주소를 찾지 못했다. 그녀의 남편과 그녀 이름을 넣어 다시 인터넷을 검색, 검색, 또 검색하며 며칠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다. 그렇게 며칠을 인터넷만 검색하며 눈동자 굴리고 있던 어느 날, 드디어 그녀의 남편 이름을 찾았고 그녀의 남편 가족으로 그녀의 이름이 동그마니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 이름도 함께 떠 있었다. 며칠 동안 인터넷을 검색한 보람이 기쁜 것이 아니라, 그녀를 찾았다는 기쁨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손이 떨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주소와 전화번호가 없었다.

다시 주소와 전화번호를 찾아야 하는 수고로움이야 그렇다지만,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나 포기란 있을 수 없었다. 다시 또 며칠을 인터넷을 뒤지며, 찾아다닌 결과 드디어 주소를 찾았지만, 전화번호는 없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든가. 황금알보다 더 귀한 그녀의 주소, 급한 마음에 등기로 편지 한 통을 보냈다. “내일 12시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라는 우체국 직원의 말을 듣는 순간, “아, 내일이면 동생과 전화통화가 이루어질 것이야.”라는 기대로 마음이 두둥실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다음 날이 되어도 소식은 없었다. 다시 또 하루를 맞이하는 토요일 아침, 내 휴대폰으로 모르는 번호가 뜨며 전화 한 통이 울리고 있었다. 연말이라 광고성 전화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었지만, 조심히 전화를 귀에 대었다. “여보세요?”라고 하자 “당신 영어 할 줄 하세요?”라고 묻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 라고 대답하며 “누구냐?”라고 하자 “내가 등기 편지를 받았어요.”라는 그의 말을 들었을 때 떨리는 가슴, 그러나 자신은 그녀와 이혼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가 어디 사는지 모른다고 했다. 아들도 엄마와 연락 안 하고 산다고 했다. 절망이었다. 아니, 아들하고도 연락도 주고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나? 나야 그렇다 해도 지금 내가 그들에게는 마지막 끈일 텐데. 어쩔 수 없이 다시 인터넷을 뒤졌다. 뒤지고 또 뒤지고, 그리고 결국 그녀를 찾았다. 그녀가 사는 주소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염병할, 다른 사람 주소 아래 칸엔 있는 전화번호가 그녀의 주소 아래 칸엔 없었다. 그래도 그녀를 찾았다는 기쁨에 그녀의 새 주소로 또 한 통의 편지를 보내야만 했다.

 

왜? 그녀는 가족과 연락하지 않고 살았던 것일까?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가 있었는데 무슨 이유로 연락을 끊고 살았는지 그 이유야 모르겠지만, 자식을 키우면서 어떻게 부모를 잊을 수 있었을까? 이제 그 엄마는 노환으로 자리에 누워 떠나버린 딸을 만나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일 것이다. 젊고 이쁘던 딸, 어느덧 세월 흘러 늙음으로 가는 딸의 손을 잡고 딸의 등도 쓰다듬으며 지나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와야 할 텐데, 수십 년 동안 사랑하는 자식을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며 살았던 긴 세월을 살았던 슬프고 안타깝고 아팠던 어머니의 그 마음을 누가 알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오직 당신인 부모만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저 먼 세상으로 가기 전에, 아니 죽기 전에 만나야 할 딸을 만나 지난 세월을 추억으로 기억하며 엄마의 늙어버린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남은 세월을 보낼 것이다. 작년 연말엔 어머니를 먼 세상으로 보내드렸지만, 이번 연말엔, 모녀의 상봉을 만들어 준 인터넷에 감사의 인사로 성탄절 카드를 보낼까 한다. 귀여운 인터넷, 네가 이렇게 효도하는 녀석인 줄 정말 몰랐네, 고마워 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