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길을 떠나고 또 그 길 위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주을 것인가? 그저 마음을 비우고 대자연 앞에서 서서 바라보거나 장대한 길 위에서 서서 눈을 감거나 장쾌한 산마루가 파도치는 산정에서 휘돌아 볼 때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지혜와 겸양을 채우려 합니다.
더욱이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대할 수 있는 이 광대한 알래스카에서는 나도 발가벗고 가림이 없는 감성으로 대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두발의 걸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기에 내 인생의 후반부 역사도 이 두발로 써 보리라 다짐해봅니다.
아침 햇살이 어렵사리 대양을 차고 산등성을 넘어오느라 시간이 제법 걸리나 봅니다. 날씨 따라 기분도 달라진다고 마른하늘에 희미한 별들이 남아 있어 가벼운 마음인데 삶의 하중에 역겨운 어부들의 새벽 단잠을 깨울세라 바람도 숨죽여 줍니다. 아침잠에서 아직 깨어나진 못한 산하를 오늘은 내가 깨우고 길을 나섭니다.
오늘은 알래스카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선정된 Caines Head Coastal Trail을 경험하러 갑니다. Miller’s Landing이라고 불리는 지명이자 사업체 명인 이곳에서 해안선을 따라 1킬로미터 정도 남으로 가면 Lowell Point가 나오고 이 곳 해변에서 잠시 밀려오는 정갈한 바닷물에 영혼을 세척하고서 출발하게 됩니다.
케인스 해드라는 돌출부인 곳 까지는 8마일(13킬로미터)을 걸어가야 하고 걸음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왕복 5km의 발품을 더 팔아 사우스 비치까지 갔다 오거나 더욱 장대한 풍경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알파인 트레일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또 다른 5km의 사이드 트레일이 있습니다.
산행이 시작되면 왼편으로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 하는 바다를 두고 짙은 숲속 길을 2km 정도 가서 오른 만큼 급격히 떨어지는 내리막길을 가면 나무다리 길게 놓인 물을 건너고 Tonsina Point가 나오는데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경을 어루만지고 다시 숲길로 잠시 들어서면서 수만 년 전 시간으로 되돌아 온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곳은 늘 침수가 되는 탓에 나무로 짜서 높여놓은 길로 이어지는데 숲을 빠져 나오면 가슴이 탁 트이는 해안선이 나오고 그 모래톱을 따라 5km 가량 무념무상으로 걸어가면 파도가 깎아 만든 Derby Cove라는 바다 동굴이 그럴싸한 눈요기 감을 선사합니다.
해안선이 끝나 바위 언덕을 올라서서 이제는 해안 벼랑길로 3km 넘게 가면 과거 2차 대전시 태평양 전쟁 때 방어용으로 구축된 포진지가 구축된 Fort McGilvray를 품고있는 Canes Head라는 곳이 나오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좌우 풍광이 압권이라 이리도 기나긴 발품을 파는 것입니다. 여기서 2km 이상 더 가면 South Beach가 나오고 여름날 물놀이와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야영장이 있어 야생을 그대로 맛볼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