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김치의 품격

kimchi
묵은김치 (박 준수)

살아보니 인생은 묵은 김치와 같더라
푸성귀시절 에머랄드빛 꿈안고
온 들판을 내달렸지만
눈비 맞고 서리 맞아
김장독에 들어 앉으면
제 삶의 단맛로 살아가느니
소금과 젖갈에 버무려 진 채
욱신거리는 몸살을 겪고 나면
신산한 세상맛 우러 나는걸…
어느날 문득 졸음에서 깨어 나보니
누군가의 밥상에 오롯이 놓여 있네
아~군침도는 나의 삶이여

정말로 내가 녹록치 않은 시간을 살아보니 진솔함까지 속까지 베어 자연스에 묻어나 내면의 향기가 저절로 배어 나오는 사람들이 참으로 좋아진다.
어디 그 뿐인가! 욕심을 내자면 속에 무슨 생각을 할까 짐작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편안한 사람이 더 좋아진다.
역시나 사람 욕심만 내었지 정작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면서 말이다.
바쁜 일정에 전혀 꺼내기조차 귀챦아 무한 방치한 김치가 시콤하게 잘익은 것이 내 맘을 잔잔이 흔들어 놔서 폼좀 잡아 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진득하니 포근하고 편하지 아니한가…
묵은지는 오래된 김장 김치 라는 뜻으로 김장을 하기전에 양념을 강하지 않게 담가 저온에 6개월이상
숙성 저장하여 따뜻한 게절에 김장 김치 맛을 느끼게 하는 별미 김치다.뇌기능과 혈압 조절 기능에 긍정적인 효능?
이 있다는데 역시나 깊고 풍부한 정서적인 맛을 품고 있는게 나에게는 더욱 매력적이다.
세상에는 별별 밥도둑이 많다.
더러는 손이 많이 가거나 혹은 밥도둑이 아닌 “돈도둑”이다.
그러고 보면 묵은지는 돈도둑에 속하지 않는 착한 밥도둑이다.
늘 곁에 있으면 든든한…바라 보면 편안한 그런 사람처럼 말이다.
더운 여름 찬밥 말아 묵은지 쭉쭉 찢어 물 말은 밥한술에 척 하니 걸쳐 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와 밥 한공기는 뚝딱이다.
하나 버릴게 없는 묵은지로 하는 요리는 의외로 많다.
식용유에 머리 똑딱 잘라내고 달달달 볶아 비밀육수 자작하게 부어 길게 찢어 드시거나~아까운 양념 다 털어내고
고슬고슬 밥지어 돌돌 말아 놓은 쌈밥등…
그래도 명색이 “나 요리하는 여자야”라고 떠들었으면 뭔가 특별해야 할터인데…흠…여하튼 묵은지의 맛도 살리면서 품격을 높여놓자!!
오락가락 내리다가도 게세게 휘몰아치는 비를 뚫고 오면서 계속 그 님이 생각나듯 “삼겹살”이 너무 먹고 싶다는 맘이 가시질 않는다.
아침에 보톡스 맞은 모양처럼 빵빵이 부어도 좋다.
일단은 꿀떡꿀떡 삼켜지는 침샘부터 달래보자 하고,삼겹살 대신 돼지갈비 사들고 룰루랄라 들어와 30분간 핏물빼서
양파,간장,감자도 갈아넣고 적당이 양념 베이게 해서 품격 높아질 묵은지 잎에 돌돌 말아 주신다.
그래도 손쉬운것 같아도 결과는 뭔가~~~~있어 보이는 비쥬얼을 기대 하면서….
여기서 주최측의 시간 관게상 따로 육수는 만들지 않겠다.
정녕 원하신 다며 여러분만의 비밀 육수를 넣어보라…뭘 넣어도 깊은 맛을 자랑할것이다.
나 또한 비밀 육수 대신 물한컵을 삼삼하니 간 맞추어 돌돌 말은 묵은지 돼지갈비 쌈 위에 소복이 살살 부어준다.
일단 쎈불에 끓기 시작하면 가차없이 불을 최소로 낮추어 묵은지의 인내를 배우라~~~
그리고는 30분간의 인내 테스트가 끝났다면 숟가락 ,젖가락 대신 포크와 나이프를 준비하여 편하고도 느굿한 시간을 가져보는것도….
우리는 적당이 자신을 돌봐야할 의무가 있으므로 주어진 그 순간 만큼은 알짜베기로 즐기라 ~~~
낮은 풀처럼 겸손함을 지닌 품격 있고도 소박한 묵은지를 음미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