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아래가 아픈 점액낭염

74세의 여성 H씨가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다. 오랜 동안 무릎의 관절염을 앓고 있었지만 참을만해서 수술도 하지 않고 약도 안 먹고 지내고 있었는데 요근래에 와서는 걸을 때면 무릎 근처가 뜨끔거린다고 했다. 보통 환자들이 무릎이 아프면 무릎이 아프다고 하지 무릎 근처가 아프다고는 하지 않기 때문에 필자도 호기심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환자가 아프다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이 언뜻 보면 무릎 관절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릎 관절을 촉진하다보면 무릎 관절을 구성하는 대퇴골과 경골 사이의 관절 공간을 만질 수 있고 이게 흔히 말하는 무릎 관절이며 관절염도 이 부위에 존재하는 반월판이나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병이다.

그런데 H씨가 비록 오랜 동안 관절염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날 진료에서 아프다고 했던 부위는 무릎 관절이 아니고 바로 그 아래의 내측, 전측방향 부분이었다. 다시 말해서 무릎의 안쪽에서 아래로 조금 내려온 부위에 통증이 있었다.

진찰 결과 H씨의 병은 ‘거위발건 점액낭염’이라는 진단이 나오게 되었다. 사람 몸에 뜬금없는 거위발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상하긴 한데 처음에 이름을 그렇게 지은 사람이 그렇게 지어서 다들 그렇게 따라 부르게 된 듯 하다. 거위발이란 무릎의 내측에 대퇴부에서 시작해서 아래로 내려오는 봉공근, 박근, 반건양근의 세 가지 근육이 한자리에 들러 붙어서 마치 거위발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병은 세가지 근육의 힘줄이 붙는 자리에 있는 점액낭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란 뜻이다.

당뇨환자,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 여성, 비만자, 평발을 가진 사람에게 많다고 하지만 사실 그냥 나이든 노인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보게되고 흔히 관절염으로 혼동하기 쉽지만 치료도 다르고 예후도 다르다. 노인에서 생기는 거위발건 점액낭염의 경우 기존의 무릎 관절염이 원인으로서 작용하지 않는가 추측할 뿐이다.
어쨌거나 무릎이 아니고 무릎 바로 아래가 통증이 생기거나 살짝 부어 있다면 관절염이 아닌 이런 거위발건 점액낭염을 의심할만 하고 치료는 소염제, 주사요법, 물리치료 등이 있는데 특히 주사요법으로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병이다.

H씨의 경우도 필자에게 주사를 맞고 완치가 될 수 있었는데 어쨌거나 완치가 쉽지 않은 무릎 관절염과는 달리 점액낭염의 경우 치료가 의외로 쉬울 수가 있으므로 무릎이 아프다고 무조건 참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