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의 연골이 찢어지는 증상의 치료

50대 후반의 신사분이 근심에 가득찬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오셨다. 약 2개월 전부터 무릎이 가끔 시큰거린 증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내과 주치의를 찾게 되었고 내과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MRI(자기 공명 영상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무릎 연골이 파열되었다는 진단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내과 선생님은 정형외과를 가도록 권유를 했는데 수술이 무서워서 일단 통증 전문의인 필자를 찾게 되었다고 했다.
필자도 진료실에서 환자와 함께 MRI 결과를 함께 보았는데 역시 양 쪽의 내측에 있는 반월판이 약간 찢어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환자의 경우는 그 찢어진 정도도 아주 경미했을 뿐더러 증상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굳이 수술을 받을 상태가 아니어서 수술을 받지 않으셔도 될 듯 하다고 설명을 드렸더니 그제서야 얼굴이 조금 밝아지는 듯 보였다.

사실 예전에는 수술을 하면서 무릎을 열고 들여다 보지 않으면 알지도 못했을 여러가지 질환들이 검사만을 통해서 속속들이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되니까 지나치게 정보가 많아서 필요없는 수술이나 치료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고 아마 무릎의 연골이나 반월판의 손상도 그런 예가 될 듯 하다.
흔히 말하는 무릎의 연골은 허벅지 뼈인 대퇴골과 종아리 뼈인 경골이 무릎에서 맞닿는 부분을 싸고 있는, 말하자면 소에서 도가니뼈라고 불리는 부분에 해당하고, 이와 별도로 그 대퇴골과 경골, 이 두 뼈 사이에 반월판이라는 연골보다는 인대와 비슷한 두꺼운 쿠션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는데 때로는 이 반월판을 두고 무릎 연골이라고 혼동해서 부르는 사람도 있다.
물론 연골 자체도 찢어질 수 있고, 반월판도 찢어질 수 있다. 보통 젊은 사람들은 스포츠와 같은 활동 중 부상으로 찢어지는 경우가 많고 노인들은 특별한 부상의 병력이 없어도 퇴행성으로 찢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어떤 이유로건 이런 무릎 내의 조직에 손상이 생기면 의사로서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과연 그 조직 손상이 환자에게 어떤 통증과 활동의 제약을 가져왔는가 하는 것이다. 필자는 MRI를 믿기보다는 환자의 이야기를 더 믿는 편인데 그 이유는 MRI상 심한 손상이 있어도 통증도 없고 일상 생활에 아무 지장을 못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MRI상 손상 정도는 경미한데도 극심한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증상이 심한 사람이 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며, 증상이 없는 사람은 그저 조심하면서 살기만 해도 되는 수가 있다.

그럼 연골이나 반월판 손상시에는 통증 말고는 어떤 증상이 있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걷다가 무릎이 힘없이 접혀버리는 증상과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나려고 하는데 다리가 펴지지 않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궁극적으로 수술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통증만이 주가 되는 경우 적절한 휴식, 재활치료, 약물 치료, 주사와 같이 비수술적 치료로도 증상의 호전이 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비수술적 치료가 반드시 수술적 치료에 선행해야 할 것이다. 혹시 무릎의 연골이 파열되었다고 진단을 받으신 독자가 계신다면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은 아니니 미리 걱정하시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