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싸움하는 부모, 그렇다고 뭐 그리 특별한 이유도 없건마는 아버지는 소리 지르고 어머니는 악을 쓰고 이혼한 후 조카를 데리고 한집에 사는 어린 조카는 부모의 싸움 소리에 놀라 부모보다 더 크게 악을 쓰며 자지러지게 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매일같이 일어나는 이런저런 모습에 지쳐버린 아들은 결혼 적령기가 지났건만, 결혼에 대한 희망은 없어졌다. 부모는 아들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하지만, 아들은 “결혼은 행복한 것이 아니라 불행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죽을 때까지 홀로 살겠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아들은 방을 얻어 따로 살고 있다. 무엇 때문에 싸움하는지 알 수 없지만, 손자까지 본 그 나이에 매일 싸움을 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또 얼마나 기력이 좋으면 싸움을 할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어느 개그맨이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가 있다.
70대 노인이 얼굴에 반창고 붙이고 병원을 찾아왔다. 의사가 “어떻게 오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나 노인이 “아내 심부름 다 해 주고 집 안 청소하고 쓰레기 버리고 했는데도 아내에게 맞았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의사가 “아니 부인께서 왜 때리셨습니까?”라고 묻자 노인은 “글쎄 눈앞에서 알짱거린다고 맞았어요.”라고 하였다. 그리고 80이 된 노인이 역시 얼굴에 반창고 붙이고 병원에 왔다. 의사가 “어떻게 오셨나요?”라고 묻자 “아내에게 맞았습니다.”라고 하였다. “아니 왜요?”라고 묻자 “아침에 눈 떴다고 맞았어요.”라고 하였다. 그러고 90 된 노인이 찾아왔다. 의사가 “어떻게 오셨나요?”라고 묻자 “마누라에게 맞았어요.”라고 하였다. 의사가 깜짝 놀라 “그 연세에 부인에게 왜 맞았나요?”라고 묻자 “아침에 마누라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다른 사내는 다 산에서 자는데 아직도 안방에서 자느냐?’라며 때렸습니다.”라고 하였다. 웃으라고 한 이야기겠지만, 지금 세상은 바뀌어 버렸다. 남편에게 순종하는 아내, 아내를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 세상은 옛일이 되어버렸다. 화내는 남편에게 대드는 아내의 모습도 우리는 볼 수 없었고 잔소리하는 아내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싸움하는 남편의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인 천하가 되어버렸다.
함부로 아내에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이혼’ 해야 할 판이다. 하긴 매일 싸움하며 살 바엔 아예 헤어져 버리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어떤 아들이 찾아왔다. “어머니는 잘 있어요?”라고 묻자 “몰라요.”라고 하더니 “어머니가 잘 있는지 못 있는지 관심이 없다.”라고 하였다. “아니 왜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나를 너무 귀찮게 해요. 그래서 저 혼자 따로 살아요.”라며 빙긋이 웃는 아들의 모습에선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홀로 사는 행복이 보인다. 늙은 남편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아내가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개그맨 말처럼 그런 일도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온종일 싸움하는 부부는 아마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늙은 몸으로 하루 세끼 차려주는 것도 지겨운 일일 것이고 남편 시중드는 일도 지쳐버렸을 것 같다. 이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름다움은 없어져 버렸다. 그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나 편한 대로 그냥 그렇게 산다.
글쎄 나는 아직 그 나이가 되지 않아서인지 그래도 남편은 나의 기둥이고 나의 의지이다. 싸움할 그 시간에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도 백 년을 살기 힘든 요즘 세상, 어떤 이는 “요즘은 백 이십 년을 산다고 하는데 그게 맞을까요?”라고 묻는다. 그것을 내가 어찌 알 수가 있을까마는 싸움하며 미워하며 그리고 원망으로 백 이십 년을 살기보단 단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게 사는 게 맞을 것이다. 아무리 가질 것 다 가진 부자라 해도 누워있는 부자보다 걸어 다니는 노숙자가 행복하다고 했다. 이왕 사는 것 얼마나 더 잘살아보려고 그토록 싸움까지 하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남는 것은 아들과 딸이 결국 부모 곁을 떠난다. 아내는 남편을 향한 믿음이 깨어지고 사랑이 없어져 버렸고 남편은 짜증 내는 아내를 더는 사랑할 수 없었고 보기만 해도 화가 나는 자신의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다. 짜증 내기보단 이해하고 원망하기보단 서로 감싸주는 그런 사랑이 있다면 아마 세상살이는 더 많이 행복하게 그리고 백 이십 년까지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부모는 자식에 대해 모범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남겨 주어야 할 것이 심한 욕설과 싸움밖에 없다면 자식에게 잘살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은 상실해 버렸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www.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