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조연 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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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137. 명품조연 깍두기

나이가 먹을수록 점점 계절 또한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듯 그저 담담해지고 무심해진다.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급이 떠난 버린 계절을 뒤로 한체 현실의 온도에 집중 하다보면 어느세 무심한듯 하지만 그 계절과 나도 함께 보내고 맞이하는것들이 많다는것을 느꼈다. 부부 관계는 50보 100보 라했던가~~~그중에서도 더불어진 사람들과의 관계는 늘 엎치락 뒤치락이다.그도 그럴것이 어느땐 내가 중심이 되어진 주연인가 싶다가도 어느때는 누군가를 말없이 지켜보는 조연이 될때가 있다.

 

고슴도치는 추워지면 서로를 품는다.

서로의 몸을 품의면서도

상대방의 살갗에 가시가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것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가 사랑하는

법을 떠올린다.

 

원재훈(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이처럼 적당한…간격을 두고 살기는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자칫 지나치다보면 모자람만이 못한 “과유불급”이란 결과에 때론 아쉽게도 계절이 지나가듯 그 관계의 사람을 잃어버린다면…그 또한 아쉬움이 남는 결과이다.이렇다보니 나야말로 크게 품지못할 그릇일 바에야 차라리 조연 역활에 충실하려 부단이 노력하는 중이다.마치 하나의 문화로 이미 자리 매김된 “김치”중에서도 늘 그랬듯이 있는듯 없는듯…그러면서도 자신을 적절이 그러다 절묘한 타이밍에 과감하게 드러 낼 줄도 아는 “깍두기”처럼 말이다.우리에게 친숙하고, 정겹고,편안하게 느껴지는것은 어쩌면 김치 보다는 깍두기인것 같다.뜨거운 설렁탕에 밥 한그릇 넣고 후후~~불어가며 깍두기 얹어 먹는 맛이란~~~~거기다 조금 남아 있는 국물에 깍두기 국물 넣고 송글송글 땀방울 맺혀가며 한 그릇 뚝딱 비워낸 후의 포만감은 세상이 다 내것인양 넉넉해진다.지금은 어찌 변했을지 궁금해지는 ”삼각지” 삼거리 골목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대창.곱창으로만 유명한 ‘평양집”……그곳의 깍두기 맛은 또 어떠한가~~비록 허름한 집이지만 몇개 안되는 테이블 위에 타닥타닥 구워지는 대창을 슴덩슴덩 썰어진 청량고추 듬뿍 넣은 간장소스에 깊게 찍어 먹는다.그렇게 소주 한잔 얼큰하게 오르면 뭐~~인생이 이러쿵~ 사랑이 이러쿵~ 그년이 시집을 생각보다 잘갔다는둥…신랑이 모자라 보인다는둥…그렇게 어찌어찌 하다보면 남아있는 대창의 잔해가 아쉽다.하지만 지극이도 조잡하리만치 자잘한 깍두기와 밥 한공기를 십수년 터를 잡고 이모의 솥두껑같은 손을 만난 순간 파쏭쏭~참기름 한방울 넣고 슥삭슥삭 볶아만 줘도 그 또한 바람불어 추운 겨울 배부르고, 시집 잘간 친구년도 부럽지 않을 다 내 세상일것 같은 맛이다.어디 그 추억을 되살려 내식대로 시작해볼까?일단 적당한 무게감 있는놈!! 두 서너개 집어들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눈대중으로 썩둑썩둑 잘라 왕소금 뿌려 2시간 정도 절이고, 함경도식 깍두기를 만들기 위해서 좁쌀을 넣는데 오늘은 차별을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 퀴노아”를 넣어 보려한다. 일단 퀴노아 밥을 해서 식혀놓는다. 그리고 고추가루.마늘.새우젖.대파.생강 조금.매실엑기스.(사과1개.배1개.양파1개)를 갈아놓고, 식힌 퀴노아를 넣어 슥슥 절여진 깍두기 무와 잘 섞어 주면 수고로움 줄어든 완벽한 명품 깍두기가 된다. 적당한 관계…적당한 거리란…이처럼 서로에게 편안하고도 부담없는 깍두기 같아야 하지 않을까…주어진 관계속에서도 자신을 지나치게 드러내기 보다는 언제든 만나도 편안한…그러면서도 적당이 조연도 되주면서 주연의 빛이 가려지지 않도록 하는 명품 조연 역활도 자신이 주연이 되기 까지의 인내이고, 기다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