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번씩 대변을 보는 것은 그저 건강한 사람들이 하루에 볼 일을 보는 평균 횟수일 뿐
많은 이들이 대변은 하루에 한번씩 보는 것을 정상의 기준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하루에 화장실을 여러 번 가거나, 혹은 몇 일에 한번씩 가는 비정상(?)스러운 배변 패턴을 지닌 이들이 어떻게던지 하루에 한번 이라는 배변 패턴을 회복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하지만 이 ‘하루에 한번’이라는 것은 건강한 사람들이 하루에 볼일을 보는 횟수의 평균일 뿐, 의학적인 관점에서의 건강의 기준이 아니다.
매일 한번씩 대변을 보더라도 뒤가 개운하지 않고 묵직하다면 그것은 변비가 된다
일단 대변(大便)이란 문자를 풀어보면 ‘변(便)’에는 편함, 쾌감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는 대변을 잘 보고 나면 최소한 몇 시간에서 하루 정도는 기분이 상쾌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즉, 몇일마다 대변을 보거나, 하루에 두세번씩 대변을 보더라도 대변을 보는 과정이 힘겹지 않고 대변 후에 상쾌하고 개운한 느낌이 있다면 이는 한의학적 관점에서 변비가 아니고, 날마다 한번씩 대변을 보아도 보고나서 뒤가 묵직하거나 개운하질 않다면 이는 변비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먹는 음식의 양이 같아도 개개인의 대사율 차이에 따라 대변으로 만들어 지는 부산물의 양까지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하루의 배변 횟수는 ‘변비’의 기준도 또 ‘건강’의 기준도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어쩔 때 매일 배변을 보더라도 배변을 보는 과정이 힘겹고, 배변 후에도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게 되는 경우가 생길까?
변비를 일으키는 요인 중 많은 부분은 대장 밖에서 기인한다
일단, 변이란 대장에서 만들어지므로 변비도 대장에서 생긴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대장 외의 다른 여러 요인이 대장의 상태를 변화시켜 변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대장과 함께 대장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도 다각적으로 검토해 변비의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의 우선 순위를 결정한다.
변비가 일으키는 여러 요인들
일단 대장에 열이 많으면 변비가 생긴다. 몸안에 열이 많아지면 대장안에 진액이 말라 대변이 잘 미끄러지지 않게 되고, 대변은 딱딱하게 굳어지며 변비가 된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환자도 몸에서 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대변에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 한의학에서는 어느 경우에라도 몸안에 열이 많아 생기는 질병은 냄새가 난다고 보는데 소변, 구취, 여자의 대하같은 다양한 질병도 냄새의 유무에 따라 열의 유무를 판단한다.
반대로 대장이 너무 차도 변비가 생긴다. 대장이 너무 차가워지면 대장의 움직임이 느려지며 쉽게 변을 밀어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환자가 추위를 잘 타거나 쉽게 배탈이 나는 증상이 있다면 이 경우를 의심해 볼 수 있으며, 이렇게 몸이 차서 생기는 변비는 변에서 사실 냄새가 별로 나질 않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가 막히는 것도 변비의 원인이 된다. 속된 말로 기분이 나쁘다, 기가 막힌다 하는 경우가 바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가 막히는 경우인데, 이렇게 되면 대장의 기운이 정체되 연동운동 또한 마비된다. 집에서는 문제가 없는데 공중 화장실이나 남의 집에서는 도저히 볼일을 볼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기가 부족해도 변비가 생긴다. 이 경우에는 대변을 보는 과정도 괴롭고, 대변을 본 후에도 매우 지치게 된다. 대장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기운인데, 기가 부족하니 대변을 밀어내지 못해 변비가 생기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배변 후에도 뭔가 깔끔하게 밀어내지 못한 듯한 후변감이 크다.
피가 부족해도 변비가 생기는데, 증상은 기가 부족해서 생기는 변비와 비슷하다. 이 경우 여자라면 월경주기가 길고, 월경기간은 짧으면서 월경량이 적다. 얼굴에도 핏기가 없으며 손발이 저리고, 양방검사에서는 적혈구 수치도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대장에 물리적인 이상, 즉 혹이 생겨도 변비가 생긴다. 피나 고름이 가끔씩 대변과 섞여 나오거나 대변이 너무 얇을 경우 이 경우를 의심해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현대의학적인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악성종양이나, 혹은 양성이라도 여러개의 종양이 발견될 경우에는 반드시 외과적인 수술치료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비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오진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민간요법이나 시중의 변비약을 사용해 증상만이라도 조절해 보려다가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쳐 고생을 한다. 그래서 다른 병들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변비는 특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단 정확한 변비의 원인을 먼저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