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건장한 50대 초반 남성이 허리를 반쯤 숙인채로 병원에 들어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수영장에서 미끄러져서 넘어지면서 엉덩이와 허리를 땅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자기 생각에 부러진곳은 없는 것 같은데 통증때문에 허리를 펴지 못한다고 한다.
상의를 탈의시키고 허리를 확인해보니 척추를 중심으로 근육이 쫙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허리에 충격이 와서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하자 허리 근육이 마치 허리 벨트처럼 긴장하면서 허리와 몸무게를 잡아주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허리를 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허리 온도를 재보니 허리 3번부터 5번에서 열이 많이 났고 천골(sacrum, 골반 사이의 뼈) 주변의 조직에서도 열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갑작스런 사고로 허리를 못 움직이고 열이 많이 나는 경우를 “hot low back”이라고 한다.
허리관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해서 어느 뼈가 틀어졌나를 확인하려 했는데 너무 근육이 딱딱하게 뭉쳐있어서 관절 움직임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x-ray를 찍어서 관절이 어느 방향으로 틀어졌는지, 혹시 뼈나 디스크가 손상된 곳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사진상에서 처음 눈에 확 들어온 것은 허리 4번뼈가 비정상적으로 앞으로 밀려있는 것이었다. 바로 척추전방위증이다. 척추전방위증이 생기는 이유는 충격에 의해서 허리뼈가 부러지면서 앞으로 밀려날 수 있고 아니면 허리관절이 틀어진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허리를 굽혔다 숙였다를 반복하다가 관절이 닳아서 생길 수 있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척추전방위증이 있는 4번관절 사이로 석회가 많이 끼고 관절이 닳아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분명히 수영장에서 넘어져서 생긴 것은 아니고 오래전에 다친 것이 분명한데 이 환자는 전에 넘어져서 허리를 다친 적은 없다고 했다. 이런 경우 분명히 나쁜 자세에 의해 허리 5번 뼈가 틀어지고 이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허리를 사용하면 틀어진 5번이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4번 뼈가 너무 많이 움직이면서 뼈가 닳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4번을 교정하지 않고 5번이나 천골을 교정하는데 우선 뼈가 틀어진 모습으로 판단했을때 천골을 교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급성으로 다쳐서 열이 많이 나고 통증이 심한 경우엔 얼음을 대서 붓기를 좀 가라앉히고 교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근육을 물리치료기로 자극하거나 마사지를 하면 안된다. 근육이 뭉친 이유가 틀어져서 불안정해진 척추를 잡아주기 위한 것인데 그냥 근육만 풀어버리면 더 근육이 단단하게 뭉치면서 상태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얼음 찜질을 하면서 환자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 생길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숙지시킨 후 환자를 옆으로 누이고 손가락으로 천골을 찾아서 틀어진 방향으로 빠르게 교정을 했다.
“턱” 소리와 함께 뼈가 앞으로 움직이면서 순식간에 딱딱하게 긴장해 있던 근육이 풀어졌다. 잠시 환자를 안정시키고 혼자서 일어나게 시키고 복도를 걷게 했다. 허리를 펴지 못하던 사람이 언제 허리를 다쳤냐는듯 웃으면서 걷기 시작했다. 금방 다친 경우 빨리 교정치료를 하면 회복속도가 빠른데 그 밖에도 환자의 상태가 회복을 좌우한다. 즉 근육이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일수록 교정을 했을때 빨리 회복한다. 근육이 약하거나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경우, 혹은 관절이 많이 퇴행되어 있는 경우는 교정을 해도 뼈가 다시 틀어지기 쉽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교정을 반복하면서 환자가 회복되기를 기다려야한다.
이 환자는 그 이후 직장에 돌아가서 목이나 어깨, 허리 통증을 앓고 있는 동료들을 본인에게 소개시켰는데 그 덕에 매우 바쁜 여름을 보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좀 골치아픈 환자가 한명 있었다. 다음엔 이 환자의 케이스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