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아플때는 무슨 문제일까? – 1편

64세 남성 P씨는 집앞에서 눈을 치우다가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오면서 점차 흉통이 등쪽으로 옮겨가는 것을 경험했다. 혹시 심근경색 같은 것인가 생각했지만 심장 쪽이 아닌 등쪽으로 통증이 옮겨감에 따라 심장 문제는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통증이 너무 심하고 숨이 차면서 식은 땀이 나서 견딜 수 없게 되자 구급차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필자가 한국에서 응급실 근무시 경험한 한 환자의 경우였는데 필자도 증상이 특이하긴 하지만 일단 심근 경색이나 협심증을 의심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컴퓨터 단층 촬영을 포함한 각종 검사를 시행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심장이 아닌 대동맥이 찢어지면서 생긴 대동맥벽이 박리되면서 생기는 대동맥류라는 병이었고 병의 진행이 빨라 흉부외과에서 응급 수술을 받게 되었다. 지금도 필자는 혹시 심근 경색 한가지만 생각하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으면 어땠을까 하면서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된다. 심근경색만 생각했다면 흉부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통증의학을 전공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환자가 등이 아프다고 할때마다 그 때 생각이 난다. 하지만 대동맥류와 같은 질환은 매우 희귀한 축에 속하며 만성이 아닌 급성으로 오기 때문에 필자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극히 낮다. 이미 등이 아픈지 며칠에서 몇 년 까지 된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의 통증이 또한 몇 달 정도라면 생각해야 할 중병이 가끔 있다. 필자가 한국에서 경험했던 49세 남성 L씨도 역시 이런 사람이었는데 이 환자는 만성적인 소화불량과 식욕부진을 주소로 필자를 찾았다. 이미 증상이 몇 년간 있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당뇨를 진단받고 치료 중이었는데 이상하게 몸무게가 자꾸 주는 것이었다. 당뇨 초기에 몸무게가 줄 수 있긴 한데 본인 생각에는 암이 있을 때 체중감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들어서 일단 종합적인 암검사를 받아보고 싶어서 병원을 방문한 것이었다.

필자는 일단 소화불량에 중점을 두고 위내시경을 시행했으나 음성으로 나왔다. 그런데 환자가 가끔 등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소화가 안되는데 등이 아프다고 하니 이젠 더 자세히 검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을 시행했는데 필자가 우려했던 대로 췌장암이 나왔다. 일단 종양내과로 환자를 전과하고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해드렸는데 어쨌거나 등이 아픈 것은 상당히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등의 통증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