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대상포진이라는 병명을 못 들어본 사람은 늑간 신경통이라는 병명을 들어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대상포진이란 물집성 피부병변(疱疹)을 일으키는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의 뿌리 부분에서 시작되어 피부로 뻗어나와 증식하면서 피부에 혁대와 같은 모양(帶狀)의 병변을 일으키는 병이다. 원인은 바이러스니까 감염병이지만 흔히 피부에 병변을 일으키는 관계로 피부과를 찾게 되는 병이다. 그런데 이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다. 어차피 치료를 하든 안하든 피부병변은 말끔하게 나을 수 있어서 겉보기에는 완치가 된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나중에 신경에 병변이 남을 수 있어서 그 통증이 평생을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픈가하면 옷이 닿아서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심하게 오기 때문에 옷조차 입지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서 보면 전 인구의 95% 가량이 이미 수두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모든 사람이 수두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초래하는 대상포진의 위험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대상포진은 겪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적은 10% -20% 정도로 추정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말이 10%에서 20%지 실제로는 꽤 흔한 병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비교를 해서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당뇨병의 경우 유병률이 8%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대상포진은 의외로 흔한 병이고 그 합병증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하기 때문에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띠 모양의 수포성 병변을 초래하는 대상포진은 어떻게 생각하면 진단하기가 매우 쉽다. 눈으로 보고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처음에 병변이 생기기 전에 통증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이를 근육통이나 담이 들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방치하기도 하고, 의사조차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미처 대상포진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환자에게 소염진통제를 처방하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겉보기는 멀청하던 몸에 통증이 오다가 점차 발진이 시작되면 이제는 이게 무슨 두드러기라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모든 대상포진은 처음에는 이렇게 붉은 색 발진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발진이 급속하게 물집으로 진행하고 이 때가 되면 누구나 뭔가 이상이 있음을 직감하고 병원을 찾게 된다.
만약 사정이 있어서 병원을 찾지 않고 통증을 참고 그냥 견뎌내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