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소개한 77세의 여성 L씨는 갈비뼈 부위를 따라서 미세한 발진이 있었는데 필자도 100% 확신은 아니었지만 대상포진 초기 증상임을 의심하였고, 일단 항바이러스제와 소염제를 시작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약을 드시면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보기 위해 1주일 후에 다시 뵙기로 하였다. 1주가 지나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필자의 의심대로 대상포진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항바이러스제와 소염제를 초기에 신속히 사용한 덕분에 대상포진이 크게 번지지도 않았고 통증도 그리 심하지 않은 상태로 쉽게 좋아질 수 있었다. 초기에 갈비뼈 부위에 통증이 있었을 때 피부의 별스럽지 않게 보이는 조그만 발진을 놓쳤더라면 통증도 심해지고 병도 오래 지속되었을 것이지만 초기의 대응이 결론적으로 큰 효과를 거둔 셈이 되었다.
다시 오래전으로 돌아가서 필자가 한국에 있을 때 보았던 환자의 경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98년도에 삼성의료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인데 50세 중반의 한 남성이 담 결림을 호소하였다. 담이 결리는 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들어보니 가끔 오른쪽 갈비뼈 밑부분에 통증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고나면 꼭 그렇다고 하면서 검사를 원했다.
진찰을 해보니 갈비뼈 자체는 문제가 없었고 환자의 호소대로 갈비뼈 밑부분이 문제 였는데 그 부위는 다름아닌 담낭이 있는 부위였다.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다수의 담석이 발견되었고 담석용종으로 의심되는 조그만 혹도 발견되어 치료를 미룰 수 없어 바로 일반외과로 전과하였다. 일반외과에서 내시경으로 담낭 제거술을 시행했는데, 이 상습적으로 환자를 괴롭히던 담결림이 말끔이 사라졌음을 물론이다. 이처럼 자주 담이 결리는 사람은 담석증이 있어도 그럴 수 있으므로 적절한 검사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 번과 이번, 두번에 걸쳐서 담 결림은 늑골 골절, 대상 포진이나 그 후유증, 담석증 등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다고 하였지만 이는 진단을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질환이라 먼저 이야기 한 것이고, 실상 담 결림의 대부분은 근육통인 경우가 많다.
갈비뼈 사이의 근육은 주로 호흡을 담당하는데 잘못된 자세나 운동으로 인해 갑자기 미세 손상을 받으면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갈비뼈 부위 통증을 일으킨다. 이런 근육통은 매우 많이 아프기는 해도 적절한 휴식, 소염제, 물리치료, 주사치료로 쉽게 치료될 수 있으므로 심각한 문제로 보지는 않지만 문제는 이런 담 결림이 도대체 어떤 병이냐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