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에서 두번 의학을 공부한 필자로서는 한국인의 어지간한 병은 다 이해한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그래도 확실한 결론을 못내리는 병이 두가지가 있으니 한가지는 체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병인가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담 결리는 것이 무슨 병인가 하는 것이다. 체하는 것은 내과, 더 나아가서는 소화기 내과적인 병에 속할 것이므로 통증의학의 전공자인 필자가 논하는 것은 약간 통상적인 진료를 범주를 벗어난 것이 될 것이므로 생략하고 담 결리는 것이 무슨 병인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49세 남성 K씨는 약 3일 전부터 생긴 갑작스런 담결림을 주소로 필자를 찾았다. 사실은 K씨는 필자가 군의관으로 복무할때 보았던 환자인데 어쨌거나 당시에 군인들도 골프를 많이 쳤는데, 이 분 말씀이 골프를 좀 치고 나서 왼쪽 갈비뼈 있는 부분에 통증이 생겼는데 점점 심해져서 숨도 쉬기 힘들 정도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보기로 하고 사진을 판독하니 의외로 갈비뼈 두 개가 금이 가 있었다. 보통 상식으로 누구에게 몽둥이로 맞거나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닌데 어떻게 골프만 쳤다고 갈비뼈가 부러지는가 생각할 수 있지만 잘못된 스윙 폼으로 반복되게 갈비뼈에 자극을 주면 피로 골절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 분은 그 후로 한동안 골프를 치지 못하게 되었다.
77세의 여성 L씨의 경우는 역시 5-6일 전부터 생긴 담결림을 주소로 필자를 찾았다. 갈비뼈 부위 진찰을 하던 중에 피부에 미세하게 발진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발진의 패턴으로 보아서는 단순한 피부염이나 습진이 아니고 뭔가 특정한 질환을 시사하는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독자들도 가끔 들어보셨겠지만 대상포진과 같은 병은 신경의 가지를 따라서 피부병이 진행하므로 마치 혁대와 같은 띠모양으로 병이 번지는데 ‘혁대 모양의’ (帶狀대상), ‘물집’ (疱疹포진)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이다. 그런데 대상포진이 잘 생기는 부위가 바로 갈비뼈를 따라서 분포하는 늑간 신경이다 보니 늑간 신경을 따라서 대상 포진이 생기는 경우 몸에서 혁대 모양으로 발진이 돋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주 초기에는 진단이 어려운 것이 이 혁대모양의 발진이 생기기 직전에 통증이 먼저 생기고 나중에 발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피부는 멀쩡한데 갈비뼈 부위에 통증만 있으면 대상포진을 생각하기 보다는 담이 결린다고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서 담결림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대상포진과 다른 병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