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신경계 위축증 (multiple systemic atrophy)

80세 남성 환자가 건망증을 호소하며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의 문제는 약 6개월 전에 시작되었다고한다. 환자는 이름, 전화번호 등을 기억하기 힘들고,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가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어버려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고 하였다. 환자는 어떤 일을 해놓고도 잊어버려 다시 한적이 많고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 찾아 헤멘 적이 자주 있다고 한다. 환자의 기억력 외에 한가지 필자가 주목한 사실은 환자의 걸음걸이 였는데, 환자는 걷는데 얼마전 부터 문제가 생겨서 걸음걸이가 매우 불안하여 자주 넘어진다고 하였다.

 

환자는 소위 말하는 치매검사, 즉 인지기능 (cognitive function) 검사를 받았으며, 그 결과 단기 기억 능력의 감소와 함께 시공간 지각력 (visuo-spatial ability)의 장애 소견을 보였다. 또한 신경학적 검사 (neurological examination)에서는 파킨슨병 (Parkinson’s disease)을 시사하는 소견인 가벼운 경직 상태(rigidity)와 손 떨림(tremor) 증상이 오른쪽에서 감지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진찰 소견으로는 환자에게 안구 운동을 시켜 보았을 때 매우 특이하게도 환자는 머리 위로 눈을 치켜 뜨는 동작 (upgaze)을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계속하여 여러가지 신경학적인 검사들을 통하여 환자의 상태는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치매증후군의 하나인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 (multiple systemic atrophy)’ 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은 퇴행성 뇌 질환 (degenerative brain disorder)의 하나로,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파킨슨병으로 진단된 사람들 가운데 약 10%에 있어서는 후에 파킨슨병이 아닌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이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최근 발생 빈도가 증가 추세에 있는 신경 질환이다.

 

두가지 형태의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파킨슨병 증상과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이는 형태 (MSA-P, MSA-parkinsonian)와 다른 한 가지는 주로 소뇌 및 운동 신경계의 이상을 보이는 경우 (MSA-C, MSA-cerebellar)다. 2007년 요시다 (Yoshida M.)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노화 과정에서 신경세포에 알파 시누클레인 (alpha-synuclein) 이라는 이상 단백질이 축적이 되어서 신경세포를 빨리 죽게 함으로써 이와 같은 퇴행성 신경계 질환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 과정에서 누구나가 다 겪게 되는 기억력의 감소 및 운동 능력의 소실은 물론 정상적인 노화과정의 일부일 경우가 대다수 이겠지만, 만일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과 같은 병적인 퇴행성 신경계 질환의 초기 증상이라면 이에 대한 조기의 정확한 진단만이 최선의 치료와 관리를 보장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