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약을 훔치는 사람들 – 4편

지난 세 편에서 어깨가 아파서 필자에게 진료받던 J씨가 진통제를 도난당한 이야기를 했다. 보통 도난당하는 약은 그냥 혈압약, 당뇨약, 항생제 같은 약이 아니고 거의 대부분 마약성 진통제이다. 그럼 누가 마약성 진통제를 훔칠까?

 

첫째로는 마약 중독자들이다. 아마 한국인에는 별로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미국인들 중에는 마약 중독자가 매우 많다. 그리고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없을 때는 대용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해서 비슷한 효과를 얻기를 원하는데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마약과 마약성 진통제는 매우 많이 달라서 마약성 진통제로 마약과 같은 효과를 얻기가 쉽지는 않다. 따라서 마약성 진통제를 가지고 약을 녹이고, 부수고, 주사하고, 흡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약과 비슷한 효과를 얻기를 시도하고 그래서 일반인들이 진통 효과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마약성 진통제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약을 훔쳐서라도 구해야 한다.

 

둘째로는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대개 큰 도시의 우범지역이나 대학가의 으슥한 곳에는 마약판매상이 있는데 그 중에는 마약 중독자들에게 팔 목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훔치던 가짜로 처방받든 가지고 나와서 파는 사람이 있다. 합법적으로 약국에서 사면 별로 비싸지도 않은 마약성 진통제가 길거리에 나오면 매우 비싸진다. 그래서 이런 점을 잘 아는 사람들은 약을 훔치기도 하는 것이다.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종종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기 약을 손자가 훔쳐갔다고 호소하는 경우를 보았는데 그 손자가 약물 중독자가 아니라면 아무 용돈을 필요로 하는 망나니였을 것이다.

 

셋째로는 드물지만 자신의 통증 치료를 위해서 약이 필요한데 의사에게서 자기가 원하는 만큼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있다. 의사는 환자가 꼭 필요한 만큼만 약을 처방하지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원하는 양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마약성 진통제는 의사가 엄격하게 관리해주지 않으면 환자가 남용해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의사는 약을 적게 주려고 하고 환자는 더 많이 원하면서 남의 약을 훔치기도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독자들에게 필자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마약성 진통제는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한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하지만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도둑질을 당할 수도 있는 귀한 것이다. 따라서 자기의 약은 자기 자신이 꼭 잘 보관하는 습관을 들이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