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남의 약을 훔치는 사람들’이었지만 지난 글에서는 남의 약을 훔치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대신 어깨 병으로 고생하던 J씨의 이야기를 길게 썼는데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제 그 이유를 보자. J씨는 보통 사람은 한가지도 가지고 있지 않은 어깨의 질환을 동시에 6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서 필자가 한 어깨에 각각 다른 두 가지 주사를 놔서 통증의 상당부분을 치료했다. 또 커다란 진전이 있어서 환자가 일단 잠도 자고 팔도 일부나마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팔을 쓰는 것이 자유로와진 것이 아니어서 감히 완치라고 부를 수는 없는 수준이었다.
어떤 사람은 이런 경우 수술을 하면 혹시 완치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할 수 도 있지만 병이 여러가지가 되는 경우 수술로도 완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수술로 효과를 보는 경우는 수술을 할만한 확실한 병이 한가지가 있고 나머지는 멀쩡할 때이기 때문이다.
J씨는 좀 더 주사를 맞기를 원했지만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주사를 한 부위에 놓을 수가 없었기에 이제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것은 물리치료지만 문제가 있다. 가만히 있을 때 아픈 것은 많이 좋아졌지만 이미 굳을대로 굳은 어깨 관절이 물리치료를 하고자 움직이면 그 때는 통증이 번번히 악화되는 것이다. 환자의 건강상 소염진통제를 쓸 수도 없어서 필자는 약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기로 했다.
본 칼럼에 여러 번 강조했듯이 마약성 진통제도 슬기롭게만 잘 쓰면 환자의 삶의 질에 비약적인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말이 매우 길어졌지만 바로 J씨와 같은 사람이 이런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할 완벽한 후보자가 되는 경우였다. 즉, 치료에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고 더 치료를 계속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고, 통증을 조금만 더 조절해주면 물리치료를 할 수도 있고 일상생활이 더 편해질 수 있는데 이런 통증조절에 쓰는 약이 부작용 때문에 제한이 있을 때 마약성 진통제가 훌륭한 선택이 된다.
어쨌거나 그래서 마약성 진통제를 소량 처방해서 일단 반응을 보기로 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면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러운 경우가 많아서 아주 소량부터 조심스럽게 시작하는데 그래도 못 견디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필자도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런데 2주후에 환자가 돌아왔을 때는 아주 좋은 뉴스를 듣게 되었다.
그 후의 이야기를 다음 칼럼에 이어서 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