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약을 훔치는 사람들 – 1편

오늘은 보통의 일반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희안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다름이 아닌 이 글의 제목에서 시사하듯이 남의 약을 훔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통증의학 건강 칼럼에 난데없이 약 도둑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어서이다.

 

 

일단 77세의 여성 J씨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J씨는 만성적인 어깨 통증으로 필자를 찾았던 환자이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참고 살았는데 팔과 어깨가 점점 너무나 많이 아파져서 팔을 들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일상 생활도 불편했지만 더 문제는 잘 때 조차도 편히 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양쪽 어깨가 아프다보니 한 쪽으로 누워서 잘 수가 없었고 똑바로 누워 자려고 해도 왠지 어깨가 시리고 아파서 똑바로 누울 수도 없었다고 한다. 누워서 자세를 조금만 바꾸려해도 아프니 어깨 통증하나 때문에 삶의 질이 엉망이 되었다. 참다가 참다가 친구의 소개로 필자를 찾게 되었다. 처음 필자를 찾았을 때 진찰을 해보니 어깨의 각종 질환이 이미 많이 진행되어 어깨 관절염, 견봉쇄골 관절염, 회전근개 파열, 견봉 하 점액낭염, 이두근 힘줄염, 오십견 등 여러가지 질환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는 필자가 만들어낸 말인데 ‘어깨 질환 말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이 정도로 고생하고 산 사람들은 대개 우울증에 불안, 불면이 겹치고 성격까지 염세적으로 변해서 치료해도 잘 좋아지기가 힘든데 놀랍게도 J씨는 긍적적이고 밝은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병이 많다고 다 한꺼번에 치료를 할 수 없어서 일단 한가지 주요 질환인 ‘견봉하 점액낭염’에 대해 주사요법을 시행했다. 두 번째 방문을 했을 때 J씨는 너무나 기뻐하면서 통증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이제 가만히 있어도 아픈 것은 많이 가셨고 잘때도 많이 편한데 그래도 팔을 움직여서 뭘 하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어깨 관절염과 오십견을 동시에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어깨 관절 주사를 시행했다.

 

 

세번째 방문일이 되었다. 이번에는 표정이 한결 더 밝아졌다. J씨는 이제 팔을 움직일 수도 있다면 필자에게 팔을 보여주였다. 팔이 움직이는 각도를 측정해보니 대충 정상 가동범위의 50%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면 사실 ‘어깨 질환 말기’ 환자로서는 최대의 효과를 얻었다고도 본다. 주사를 맞을 때마다 좋아지는 경험을 한 J씨는 이제 주사 몇 번만 더 맞으면 정상이 될 것같다며 의욕이 충만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잇기로 한다. 효과도 높이고 결과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