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바보인가 봐

먹을 것도 없어요. 돈도 없어요. 차도 없어서 어디 다닐 수도 없어요.”라는 여인의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여인, 글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먹을 것도 없다면 먹을 것을 주면 될 것이지만, 돈과 자동차는 줄 수 없으니 정말 어찌하면 좋을까? 마침 어려운 이웃을 위해 행사를 준비하는 중이니 “참석하실 수 있으면 오세요.”라고 하자 “누가 데리고 가 줄 사람도 없어요.”라고 한다. “그럼,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니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요.”라고 한다. “혹시 아는 사람 있으면 부탁해 보세요.”라고 하자 “아는 사람도 없어요. 거기다 몸이 아파 꼼짝할 수도 없어요.”라고 대답하는 여인, 이럴 땐 나도 그 여인과 같이 자리에 몸을 눕히고 싶은 심정이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진다. “그럼 저희가 뭘 어떻게 도와드려야 하나요?”라고 묻자 “저도 모르겠어요.”라고 하기에 “여기 전화한 이유가 무엇인지요?”라고 묻자 “그냥 답답해서 전화해 본 거예요.”라고 한다.

 

 

가끔 자신의 신세 한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전화를 받을 때면 내가 해 줘야 할 대답이 없다. “남편이 한국에 있는데 돈을 부쳐주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어떤 여자의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그건 남편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하자 “아무리 전화해도 전화를 받지 않아요. 그렇다고 한국에 나갈 수도 없고 정말 답답해요.”라는 말을 들으며 그녀의 말이 나를 답답하게 한다는 사실을 왜 그녀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한다. 세상 살다 보니 답답하지 않은 일이 왜 없을까마는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얼마나 답답하면 전화까지 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그들에게 희망의 말 한마디 해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 보지만, 도저히 계산되지 않는 일이 있으니 어찌하면 좋을까. 어떤 여인이 “제가 쓴 거예요. 이것 읽어 보시고 정리 좀 해 주세요.”라며 자필로 쓴 공책 한 묶음을 내 앞에 내놓았다. 언뜻 보니 무슨 수기 같이 쓴 자신의 이야기 내용인 것 같았다. “이걸 왜 저보고 읽으라고 하세요?”라고 물으니 “글 쓰는 분이니까 정리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한다. “저는 이걸 읽을 시간도 없고 남이 쓴 글을 제가 가타부타 잘 되고 안 된 것으로 정리해 줄 수 없습니다.”라고 했더니 “아니 이건 그냥 읽으면 되는 건데 못 해 주세요?”라며 원망 어린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본인이 쓴 글은 본인이 정리하세요. 제 것도 제가 정리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답니다. 그러니 이런 일은 할 수 없다.”라고 했을 때 그녀가 한 묶음이나 되는 종이를 손에 들고 인사 한마디 없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 버린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해 줄 수 없는 나를 원망하며 그렇게 떠나간다. “전에 은행에 근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와주실 수 있어요?”라는 분에게 “무엇을 도와드려야 할까요?”라고 물으니 “은행에 융자가 있는데 제가 깜박하고 융자금을 늦게 냈어요. 그럼, 늦게 낸 수수료만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이것저것 해서 더 많이 받았어요. 이럴 수가 있나요?”라며 화를 낸다. 융자금을 늦게 내면 늦게 낸 벌금에 다하여 몇 퍼센트에 대해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하자 “이럴 수가 있나요? 그래도 고객인데 이렇게 해서 은행에서 돈을 버는 건가요?”라며 그야말로 방방을 떨며 떼를 쓴다. “그럼, 은행에 가서 말씀해 보세요. 저는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자 “아니 은행에 있었다면서 왜 그걸 모르세요?”라는 그에게 “그래서 설명했는데 그럴 수가 있냐고 하시면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하자 “은행이 완전히 도둑놈이에요.”라고 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린다. 은행에서 벌금을 받았다고 왜 나에게 화를 내는 거지? 왜 남편이 돈을 부쳐주지 않는데 왜 나를 찾아왔지? 자신이 쓴 글을 읽어주지 않는다고 왜 화를 내는 거지? 어느 여인은 “옆 방에 사는 인도계 여자가 나를 자꾸 째려봐요.”라고 하기에 “왜요?”라고 하자 “저도 모르겠어요. 왜 그러는지요.”라고 하였다. “그래서 저에게 왜 전화하신 거예요?”라고 묻자 “그냥 답답해서 말씀드려 보는 거예요.”라고 하더니 말이 없다. “죄송합니다. 제가 도와드려야 할 게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녀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왜 전화를 끊으세요?”라고 한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나는 왜 그들에게 그런 원망을 들어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을꼬! 그래서 난 바보인가 봐.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www.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