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끝

Q: 별거한 지 10년째입니다. 애들 둘이 있는데, 큰 아이는 애들 엄마가, 작은 아이는 제가 데리고 있습니다. 양육비와 위자료, 집 가지고 법원에 왔다 갔다 한지가 벌써 이년째입니다. 변호사를 여럿 선임했으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싸움에 자꾸 지치고 변호사 비용만 계속 들고, 서류로 먼저 이혼할 수 있을런지요? 재산 싸움이 얼마나 더 갈지 모르겠지만 이 지긋지긋한 인연 빨리 끊고 싶네요. 어떻게 하면 되지요? 모든 돈 문제가 해결돼야 서류에도 이혼이 되는지, 아니면 서류 정리 먼저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다고 하네요. 윤회를 믿지 않는다 해도, 부부는 악연이라는 말은 믿어집니다. 정말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아이는 낳지 않아야 했는데, 그것도 둘씩이나. 맙소사. 정말 오 주여, 하느님, 부처님, 신앙에 따라, 또는 신앙이 절로 생기는 상황입니다. 벗어날 수만 있다면,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향한 그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소 등에 올리는 안장을 길마라고 하지요. 길마 밑에 멍석을 깔아 등을 보호하기도 하는데, 여하튼 무거운 물건을 싣기 위해 길마를 사용하지요. 우리 모두의 삶엔 길마가 씌워져 있습니다. 그 누구도 길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자식이 있는 어버이는 그 길마가 더욱 크고, 멍석은 얕아만 갑니다. 질문하신 분의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형제가 나뉘고 홑 부모와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질문하신 분의 고통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합니다.

 

이 년이라면 이혼 소송으론 너무 길었네요, 주마다 법이 달라 재산권과 이혼을 따로 나누어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질문하신 분의 주가 어딘지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은 동일합니다. 질문하신 분은 자유의 값이 얼마라고 여기시는지요? 자유도 얻고 재산도 지키는 길은 많지 않습니다. 길마는 스스로 벗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문의 703-33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