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줄 수 없는 이유

노인은 “노인 아파트를 신청하면 얼마나 걸리나요?”라고 물었다. 항상 그랬지만, 노인 또는 정부 아파트를 신청하기가 너무 어렵다. 방 하나짜리 정부 아파트는 나온 것이 없어 아예 신청할 수 없고, 노인 아파트 역시 신청자가 너무 많아 아예 신청서 자체를 내주지 않는다. 어찌하여 신청을 한다 해도 보통 짧게는 3년 길게는 거의 4, 5년을 기다려야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이미 노인의 연세는 80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금 신청한다 해도 언제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을까? 노인에게 한참 설명하고 있는데 노인을 모시고 온 젊은 여인이 “이분은 우리 교회 권사님이세요.”라고 하였다. “아! 그러세요.”라고 대꾸한 후, 다시 설명하는데 그 여인이 “권사님은 신앙도 아주 깊으시고 너무 좋은 분이에요.”라고 한다. “아! 그러시군요. 훌륭하십니다.”라고 하자 다시 “할아버지는 장로님이신데 두 분은 매일 새벽 기도 다니시고 교회 봉사 열심히 하시고 정말 좋은 분들이세요.”라고 하기에 “알겠습니다. 믿음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요.”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다시 노인에게 아파트에 관해 설명하는 데 여인이 “너무 훌륭하신 권사님이시고 장로님이시니까 아파트를 신청해 주세요.”라고 하였다. “제가 신청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현재 신청 자체를 받지 않아서 그럴 수 없어요.”라고 하자, “권사님이시고 장로님이신데 안 될까요?”라고 한다.

 

 

 

명예는 좋은 것이고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장로나 권사가 어떤 명예인지 알 수 없지만, 다른 일반 사람에게 안 되는 일이 장로와 권사이기에 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오직 자체 교회에서 내주는 명칭일 뿐이다. 그런 후 어느 젊은 부부가 찾아왔다. 영주권 받은 지 이미 5년이 되었기에 시민권을 신청한다고 하였다. “저희가 시민권 신청해 드리는데 한 사람 당, $100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한 후, 시민권 신청에 관해 설명하는데 남자가 “제가 목사입니다.”라고 하기에 “아! 그러세요. 목사님이시군요.”라고 하자 아내가 “저희 목사님은 정말 하느님만 섬기는 훌륭한 목사님이세요.”라고 하였다. 그래야겠지, 목회자이니까, 그러나 그녀의 다음 말은 “그래서 그런데 좀 깎아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하였다. “무엇을 깎아요?”라고 하자 남편이 “목사가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50에 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하였다. “죄송합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도 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100을 받고 목사님이라 하여 반만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하자 부인이 “교회 안 다니세요?”라고 하였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지금 저를 찾은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시민권 신청 때문에 왔는데 좀 깎아주시면 어떨까 하고요.”라고 말한다.

 

 

 

노인 아파트는 신청을 받지 않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깟 시민권 신청서 작성 비용이야 얼마든지 깎아줄 수도 있고 너무 어려우면 그냥 해 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목사’이기에 깎아달라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다. 나는 손을 내려놓으며 “그럼 다른 데 가서 하세요.”라고 하자 “그냥 해 주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오랜 경험이 있는 곳이 나을 것 같아 찾아왔어요.”라고 하였다. “그럼 깎아달라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라고 하자 여인이 “사실 목사가 무슨 돈이 있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사정하는 거예요.”라고 하는데 내가 서서히 지쳐가는 것은 그들과 말 실랑이를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라고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래도 세 사람이면 $150이잖아요.”라고 한다. “그러면 무료로 해 주는 곳에 가면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잖아요.”라고 한 후,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62페이지나 되는 ‘운전면허 번역판’도 “깎아주세요.”라고 하고 ‘시민권 책’도 ‘깎아주세요.’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깎아 줄 수 없는 이유는 컬러로 된 잉크값을 감당하기 어렵고 시민권 책은 비싸면 그만이기에 깎아 주지 않는다. 책 한 권 팔면 남는 돈이 얼마나 될까? 없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가질 수 없는 것을 얻었을 때의 기쁨은 크다. 그러나 무엇이든 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인터넷에 “예진회는 봉세센터인데 돈을 받다니 말이 됩니까?”라고 올려놓았다. 그러나 받아야 하기에 운영할 수 있기에 지금도 우리가 이곳에 있지 않은가!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www.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