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을 덜어가는 삶.
(김수환 추기경님 글)
인생에 문제가 생겼다고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이것 또한 지나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별 것 아닌 문제였다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인생길에 내 마음에 꼭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나라고 누구 마음에 꼭 맞겠습니까,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내 귀에 들리는 말들이 좋지 않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 말도 더러는 남의 귀에 거슬릴 때가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세상은 항상 내 마음대로 풀리지는 않으니 마땅찮은 일 있어도 세상은 다 그렇다고 하고 살면 됩니다./ 다정했던 사람 항상 다정하지 않고 헤어질 수도 있습니다. 온 것처럼 가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무엇인가 안 되는 일 있어도 실망하지 맙시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사람이 주는 상처에 너무 마음 쓰고 아파하지 맙시다. 세상은 아픔만 주는 것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집착하지 말고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됩니다.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누군가가 보내 준 이 시를 읽으며 우리 한인 여러분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랬다. 삶은 늘 그리고 항상 즐거운 것만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부딪히고 부대끼며 사는 삶이라는 것이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 찬 날이 더 많기에 그냥 ‘그러려니’하고 살 수는 없다. 나이는 먹었지만, 정신 건강이 어린아이와 같은 자식을 바라보며 “어쩌겠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먼 훗날 부모가 없을 때 아이 같은 저 아이가 어찌 살아갈 것인가를 걱정하고 근심하며 사는 것이다. 자식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부모, 사업이라고 하지만, 월세 내고 집세 내면 남는 게 없었다. 부모는 이미 신용불량자가 되어 융자조차 신청할 수 없으니 답답한 부모의 속은 그저 검게 그을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 보고 싶은데 할 수가 없으니 걱정이 커요.”라고 말하는 부모의 애타는 그 심정을 누가 어찌 알까,
“요즘은 모든 게 다 귀찮아요. 어디 가는 것도 그렇고, 놀러 가는 것도 그렇고,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귀찮아서 안 나가요.”라고 말하는 노인에게 “그럼 밥 드시는 것은 귀찮지 않으세요?”라고 물으니 “먹는 것도 줄여야 하는데 먹는 건 좋아하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라며 배시시 웃는다. 하긴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되고 만나고 싶지 않으면 만나지 않으면 되겠지만, 먹는 것까지 귀찮으면 모든 것 다 버리고 인생 접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을 것을 믿으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었다. 정부 보조금 타서 사는 부모에게 “우리 집에서 사니까 방세하고 반찬값이라도 주세요.”라고 말하는 자식을 바라보며 돈에 대한 걱정보다 자식에 대해 서러움이 북받쳐 오른다. “이제 할 수 없어요. 노인 아파트라도 가야지요.”라는 늙은 부모의 한숨 소리가 천장을 가로지른다.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는 인생살이,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자’라고 하고 싶지만, 세상살이가 너무 가혹하기만 하다. “남편이 다른 여자하고 바람이 났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혼했는데 그 여자와 몇 년 살더니 이제는 그 여자와 살 수 없다며 이혼하고 와서 같이 살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말하는 여인의 모습에선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편이었지만, 그 가슴 속엔 남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남아있는 듯했다. “남편을 용서할 수 있다면 그래야겠지요. 그것은 누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해야 할 겁니다.”라고 하자 “누가 흉보지 않을까요?”라고 한다. “누구를 위해 사지 마세요. 나 자신을 위해 사세요. 남편과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렇게 사는 게 맞습니다.”라고 했을 때, “이제 늙어서 갈 곳도 없는 사람, 내가 아니면 누가 거두어 주겠어요.”라고 한다. 그래, 그렇게 ‘그러려니’하고 살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사는 우리는 그러지 못하니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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