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여성환자 L씨가 필자를 찾았다. 뒷 목이 아파서 목을 움직이기가 불편하다는 것이 주된 문제였는데 앞으로 고개를 숙이는 것은 별로 지장이 없는데 옆으로 돌리거나 뒤로 젖히면 통증이 심해진다고 했고 목 때문인지 요즘은 두통도 간간이 오고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잠도 자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최근에 다친 적은 없었지만 내원 약 9개월 전에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자동차에는 큰 손상이 없었는데 그 후로부터 목이 지속적으로 아팠다고 한다. 그 후로 여러군데를 다니면서 카이로프랙틱 치료도 받고, 침도 많이 맞았는데 초기에는 어느 정도 나아지나 싶더니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어서 필자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었다. 진찰을 해보니 신경학적 합병증으로 의심할 만한 것은 없었고 다른 손상의 증거도 발견되지 않아 전형적인 편타성 손상(Whiplash injury)로 진단이 되었다. 편타성 손상이란 주로 후방충돌이 일어나는 교통사고에서 앞차의 운전자가 목이 뒤로 젖혀졌다가 반동으로 다시 앞으로 흔들리면서 목의 근육, 인대, 관절 등에 미세한 손상이 오는 것을 말한다. 사고 초기에는 휴식, 소염진통제, 얼음 찜질, 물리치료 등이 도움이 된지만 L씨와 같이 후유증이 계속 남는 사람도 상당수 존재한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교통사고후 편타성 손상이 일어나는 확률이 무려 83%라고 하고, 미국내에서 이 손상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계산하면 약 40억불이라고 한다. 이런 손상이 일반인구 집단에서 발병할 확률을 1000명당 4명이라고 하는데 이 계산을 워싱턴 일원의 한인 지역사회에 적용하면 한인 인구를 20만이라고 할 때 편타성 손상을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사람이 800명이나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편타성 손상의 초기에는 일반적인 치료로도 호전이 될 수 있고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아도 자연회복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도 호전이 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뒷 목이 아픈 경우는 통증의학적 치료가 필요해지는데 지금까지 가장 검증이 된 확실한 치료법은 경추 내측 분지 차단술과 고주파 소작술이다. 2006년 Prushansky 등의 연구에 의하면 이와 같은 치료로 70% 정도의 환자에서 호전을 보였다고 하는데 본원의 경험으로는 거의 100% 가까운 환자에서 전부 혹은 일부의 통증의 회복을 보인다. L씨의 경우도 경추 내측분지 차단술을 2차례 시행한 결과 완치가 되어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다.
교통사고 후에 지속되는 뒷 목 통증이 있는 경우는 이렇듯 치료법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치료를 섣불리 포기하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