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주로 바이어들을 위한 쇼잉과 오픈하우스로 바쁘게 보낸다. 셀러들을 위한 리스팅 프리젠테이션 (주택을 팔기 위해서 셀러와 만나는 미팅)을 주말에 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그런데 아는 지인의 부탁으로 셀러와 리스팅 미팅을 주말에 잡았다. 셀러들이 주중에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였다. 셀러의 주택은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으로 팔기가 쉽지 않은 매물이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2-3백만불의 주택은 2-30만불 주택의 열배도 넘는 수익이지만, 열배도 넘는 기간에 열배도 넘는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많은 비용이 들어가도 기간내에 팔리지 않으면 마케팅 비용이 회수가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고가의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전문가가 한정적인 것이다. 네트워크, 자본금, 경험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바쁜 시간을 내서 왔는데 셀러가 정보만 빼어가고 싼 부동산으로 의뢰를 부탁하는 얌체셀러는 아닌지, 만나자마자 커미션부터 깎아보려는 경제적인 셀러는 아닌지, 에이전트의 바쁜 시간은 안중에 두지 않는 일반 소비자의 나쁜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그 집에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처럼 집은 아주 훌륭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약간은 슬픈 느낌임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나는 미세스 셀러와 이메일로 연락을 했고, 미세스 셀러가 필요한 정보를 계속 제공했었다. 나를 맞이한 사람은 미스터 셀러였다. 아내가 이층에 있으니 잠시 후에 내려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내가 오기 전에 미스터 셀러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커미션 이야기도 아니고, 리스팅 가격도 아니었다. 아내가 얼마전부터 얼싸이머 병에 걸렸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말로 치매라고 하는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미스터 셀러는 주중에는 미세스 셀러를 병원에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주말에만 시간을 낼 수 있었다고, 주말에 바쁜 와중에 와 주어서 고맙다고. 그리고 아내가 혹시라도 실수를 해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아내의 병을 계속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 집을 꼭 팔아야 한다는. 이런 말을 해주는 미스터 셀러의 눈에는 눈물이 흥건했다.
잠시 후에 내려온 아내는 고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같은 질문이 계속 반복되어도, 불과 몇분전에 대답한 질문을 다시해도, 나는 눈물을 참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리스팅 미팅을 마치면서 집을 나오면서 뒤돌아 보면서 나는 다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최대 액수를 최소 기간에 받게 팔아줄 것이라고.
종종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내가 갖고 있는 직업이 사회에서는 별로 의미있는 직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과오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미스터 셀러와 미세스 셀러는 나의 이런 교만함을 반성하게 해주었다. 나의 작은 노력이 다른 누구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에 다시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