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저리게 하는 말초신경병증 – 1 편
병에는 여러가지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통증이라 할 수 있다. 통증은 병이 생겼다는 신호를 우리 몸에 보내주는 매우 효율적인 수단으로서 통증이 있어서 발에 가시가 박힌 것도, 배에 종기가 난 것도, 종양이 커지는 것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몸에 이상이 생긴 경우 우리 몸에 구석구석 퍼져 있는 감각 신경에서 화학적인 신호가 발생하고 이 신호가 전기적인 신호로 바뀌어서 대뇌에 전달이 됨으로서 통증을 지각하게 된다. 이런 경우의 통증은 쿡쿡 쑤시거나, 바늘로 찌르는 것 같든지, 세게 얻어 맞은 것 같을 수도 있고 칼로 베는 듯 하거나, 묵직하게 누르는 듯한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이런 통증과는 다를 통증도 존재한데 그 대표적인 예가 신경병증으로 인한 통증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장기에 문제가 생겨서 통증이 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일반적인 통증과는 달리 신경병증으로 인한 통증은 신경 자체에 병이 들어서 아픈 경우이다. 신경병증으로 인한 통증은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혹은 피가 안 통하는 것처럼 사지가 저리다든지, 화상을 입었을 때 처럼 따갑고 화끈거리는 현상이 대표적인 증상으로서 일반적인 통증과는 또 다른 크나큰 고통을 일으킨다.
65세의 P씨가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것은 작년 이맘 때 였다. 당시 폐렴을 심하게 앓고 나서 몸이 매우 쇠약해져서 고생을 하다가 그나마 폐렴이 좋아지면서 안정을 찾고 있었던 P씨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의사의 권유로 열심히 걷기를 해보려고 하던 중에 거의 십여년을 앓던 지병인 발이 콕콕 쑤시고 저리는 증상으로 잘 걷기가 힘들었고 필자에게 치료를 받았다는 다른 환자의 권유로 필자를 찾게 된 것이었다. 환자의 말을 들어보니이 문제 때문에 여러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병원을 돌아다녀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고 본인도 고통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무시하고 예전에는 이렇게 까지는 많이 저리지 않았으나 근래 2-3년 들어서 부쩍 더 많이 저리다고 하였다. 요즘은 발이 그렇게 저리다 보니 한발 한발 딛는 자체가 큰 고통이었는데 진찰을 해 본 결과 양 쪽 발에서는 감각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필자는 신경병증이 의심이 되었기에 신경전도 검사를 해보자고 권유하였고 일주일 후에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한 결과 예상대로 말초신경병증이 진단되었다.
말초신경병증도 종류가 매우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으로 인해 신경이 파괴되어 생기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고 선진국에 주로 많다. 후진국이라는 소위 문둥병이라고 부르는 한센씨 병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이 많다. 선진국과 후진국에 공히 많지만 한국에는 비교적 드문 감염병이라면 에이즈 바이러스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을 들 수 있는데 한국인들에게 에이즈라는 병이 그렇게 많지 않다보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다음 시간에는 이어서 말초신경병증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