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 편의 글을 통해서 말초신경병증을 앓았던 두 환자의 경험을 나누었는데 오늘은 독자 여러분의 의학적 지식을 넓히는 의미로 말초신경병증을 좀 더 자세히 공부해보기로 한다.
말초신경병증의 증상은 저리거나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있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때로는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 할 수도 있고 가려울 수도 있다. 또한 통증만이 유일한 증상이 아니고 오히려 감각이 둔해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때로는 발이 딛는 땅을 잘 느끼지 못해서 걷다가 넘어진다는 사람도 있었다. 때로는 발이 매우 시리고 차갑게 느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역시 말초신경병증의 증상으로 매우 흔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평소에는 별로 아프지 않은데 걷기만 하면 땅을 디디는 발바닥이 마치 깨진 유리위를 걷는 듯한 통증이 있다는 식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만약에 말초신경병증이 손까지 오게 되면 손도 역시 발처럼 저리고 아프기도 하지만 감각이 떨어져서 셔츠의 버튼을 잠그기가 어렵다는 경우도 있으므로 말초신경병증의 증상이 꽤 다양하게 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초신경병증의 진단은 전에 필자가 잠깐 언급했듯이 신경전도검사를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모든 말초신경병증을 다 진단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병이 얼마나 번졌고, 얼마나 심한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라 할 수 있다. 신경전도 검사는 필자와 같은 재활의학을 1차로 전공한 통증의학 전문의가 하기도 하고, 신경과 전문의에게서 검사 받을 수 있다. 반면에 흔히 찍는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흔한 검사라 할지라도 피검사를 통해서 원인을 찾는데 도움을 받기도 하므로 의심이 되는 질환에 따라서 필수적으로 피검사가 동원되기도 한다.
말초신경병증의 치료는 효과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물리치료나 보조기, 전기자극치료 등이 사용되기도 하고 내복약으로서는 항간질제, 항우울제, 항부정맥제, 교감신경 억제재, 진통제 등의 일부가 말초신경병증에 치료효과가 입증되어 쓰이고 있다. 그리고 국소마취제 성분의 파스나 고추 추출물을 기반으로 한 캡사이신 연고나 파스도 반드시 시도해야 할 치료의 한 옵션이다. 비록 이것 한가지면 말초신경병증의 완치가 확실하다고 할 특효약은 아직 없다. 다만 수도 없는 치료제 중에서 환자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잘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은 환자와 의사의 인내심이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몸에 맞는 약을 찾는데 몇 달이 걸리는 것은 보통이다.
약 한가지나 주사 한 방으로 말초신경병증을 고쳐주지 못하는 의사로서 필자도 매우 안타깝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대의학에서 제공해주는 약들을 골고루 시도해보지도 않고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