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저리게 하는 말초신경병증 – 2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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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말초신경병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저리는 증상이 있을 수 있고, 흔한 원인으로 당뇨병, 한센씨 병, 에이즈 등의 감염병을 예로 들었는데 감염성 질환만이 말초신경병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암 중에서도 말초신경병증을 일으키는 암이 있고, 각종 독성 물질이 인체에 들어와도 신경을 파괴한다. 심지어는 암을 치료할 목적으로 투여하는 일부 항암제도 신경에는 독으로 작용해서 암을 치료할 지언정 신경병증을 일으켜서 암은 완치가 되었는데 신경병증으로 두고 두고 고생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독성물질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리가 가장 즐기는 신경독소라고 한다면 알코올이 될 것이다. 술은 아주 소량만 섭취한 경우 심혈관계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는 보고도 있지만 과량 섭취할 경우 신경에 독소로 작용한다. 그 외에는 자가면역성 질환이랄지 결체조직 질환 중에서도신경병증을 유발하는 것들이 있고 신부전이나 간부전과 같은 장기이상에서도 신경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저렇게 찾아보아도 도저히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이유없이 신경이 파괴되는 경우는 ‘특발성 신경병증’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P씨는 진료함에 있어서 필자가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도대체 왜 말초신경병증이 왔는지 원인을 찾는 것이었다. P씨의 말을 들어보면 당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아니며, 암에 걸렸던 적도 없고, 장기부전의 증거나 다른 원인질환에 대한 병력도 전혀 없어서 필자도 진단에 고심을 했다. 그런데 힌트는 위 절제술을 받았다는데에 있었다. 비록 아주 오래전에 받았던 수술이지만 진찰상 복부에 흉터는 아주 분명하게 남아 있었고 이 흉터 덕분에 진단의 실마리를 잡게 되었다. 물론 위절제술 자체는 말초신경병증과 아무 관련이 없다. 대신 위절제술을 받게 되면 비타민 B12의 흡수를 돕는 성분의 생산이 저하되게 되는데 이 경우 비타민 B12의 흡수가 부족해서서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위절제술을 받더라도 간에 몇 년동안 쓸 수 있는 비타민 B12가 남아 있는 관계로 비타민 부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요즘 외과 의사들은 위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정기적으로 비타민 B12 주사를 맞으라고 권하지만 몇 십년 전에야 그런 것이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서서히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이 생겼고 점차 악화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종합비타민을 먹고, 비타민이 많이든 균형잡힌 식사를 해도 비타민 B12의 흡수를 돕는 성분 자체가 없으므로 비타민 B12 흡수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경우의 치료는 비타민 B12를 주사를 하든지 아니면 비타민 B12와 흡수를 돕는 성분을 함께 복용하는 수 밖에 없다. 다행히 환자는 본인이 다니는 내과 의사를 통해서 비타민 B12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을 수 있게 되었고 증상이 완치되었음을 물론이다.

다음시간에는 다른 종류의 말초신경병증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