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깊게 잠겨 있었다. 그는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가 울음을 멈추기를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너무 어렵습니다.”라고 한마디 하고 다시 쉬고, “어찌하면 좋을지 정말 모르겠습니다.”라고 한마디 하고 눈물을 삼키는 그에게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씀하세요.”라고 하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전화로는 통화가 어려우니 우리 사무실로 오세요.”라고 하였다. 예약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에게 사무실로 오게 하였다. 얼마 후, 누군가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의 몸에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힘겨움이 비쳤다. 그를 자리에 앉게 한 후, 뜨거운 커피 한 잔을 갖다 주었다. 그의 눈가가 붉게 젖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정말 살기 힘듭니다. 집값을 내지 못해 결국 집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금요일에 집을 비워주어야 하는데 갈 곳도 없고, 돈도 없고 일하고 싶어도 불편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요.”라며 긴 한숨과 함께 힘겨운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몇 년 전 아내와 사별한 그는 “이럴 때 아내라도 있으면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사람도 없네요.”라고 하기에 “자녀는 없어요?”라고 묻자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나이에 결혼해서 잘살고 있는 아이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요.”라고 한다.

당장 비워 주어야 할 집에서 떠나면 갈 곳도 없는 그. 그렇다고 방을 얻는다고 해도 가진 돈이 없어 방 얻을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그는 “사람들이 왜 자살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제가 죽고 싶은 마음이 들다 보니 자살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 심정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겠지만, 잡을 수 있는 실타래 하나 없는 사람에겐 가능한 일이었다. “죽는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언젠간 떠날 인생인데 급하게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러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라고 하자 “몸이 이러니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일도 없고 이럴 땐 어쩌면 좋을까요?”라고 한다.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자꾸 몸이 불편하다는 그에게 “어디가 아프신데요?”라고 물으니 “몇 년 전 암 수술을 해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라고 하였다. 라고 말하는 그에게 “혹시 식사는 하셨나요?”라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푹 숙이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한번 “아침 식사는 하셨나요?”라고, 그러자 그가 “밥맛도 없고 먹을 생각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말하는 그를 보니 아침을 거른 것 같았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기에 우리가 사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어쩌다가 지금 이 지경까지 처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누구에게나 고난은 있기 마련이었다. 그의 사연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지나온 그의 과거가 그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지금 피할 수 없는 폭풍우 속에 있는 사람, 더는 갈 곳도 가야 할 곳도 없는 그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할 수 있을까? “집은 어차피 나와야 하는 상태이고 일단 자식에게 사정 이야기하고 잠시 머물면서 앞날을 생각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라며 “어찌 되었든 살아가기 위해선 일단 배를 채워야 하니까 저도 오늘 혼자 밥 먹어야 하는데 같이 점심이나 하시지요?”라고 했을 때 그가 비로소 작은 미소를 보였다. 우리는 그에게 작은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 삶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헤쳐나갈 수 있는 기적도 있기 마련이다. 점심 식사 후, 그가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가 “어디 아는 데 부탁했는데 오라고 하네요.”라며 환한 모습으로 말하고 있는 그를 보며 취직은 그가 했는데 감사는 내가 하고 있었다. “언제라도 힘든 일 있으시면 오세요. 저희가 물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는 없지만, 마음을 나누면 더 나아지는 삶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했을 때 그가 “네 알겠습니다. 오늘 그곳에 먼저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연락할게요.”라며 그가 사무실을 나가고 있었다. 올 때는 눈물 가득한 서러움을 안고 왔지만, 갈 때는 기쁨과 희망을 안고 떠나는 그를 보며 일할 수 있게 해 준 그 어떤 곳이 아주 고마웠다. 그랬다.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내 앞에 있는 희망을 우리는 보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부디 그가 절망에서 벗어나 새로운 행복과 기쁨을 안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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