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건강검진 결과를 교환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지는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세금 변호사로서 드는 자연스러운 생각은, 각자의 세금 빚 여부를 결혼 전에 점검하는 문화가 자리잡기 어려운 것일까 라는 것이다. 사랑해서 결혼한다면 혼인 전에 쌓아온 세금 문제까지 배우자가 감싸안아 줄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결혼하기 전에 해결하거나, 적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해결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자신의 수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아보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서로가 재정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알고 각자의 소비 성향,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비슷한 곳을 향하고 있다면 결혼 생활에 그만큼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이와 더불어 배우자의 다양한 소득, 즉 월급 소득, 사업 소득, 이자와 투자 소득, 임대 소득 등의 금액과 구조, 결혼 후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소득 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소득의 종류에 따라 세금으로 나갈 금액과 절세 플랜이 달라지므로 두 배우자의 미혼 시기의 재정 상태를 합쳐 가족 생활을 영위해가야 할 모든 신혼 및 재혼 부부들은 향후 재정 계획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가족 상황과 배경을 가진 분들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재정 문제가 불화와 이혼의 뿌리 근처에 항상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정 문제와 회피는 세금 문제를 낳고, 지출과 낭비, 파산, 이혼 등의 복합적인 이슈들로 이어진다. 문제가 생겨도 이겨내는 커플들은 대화와 이해가 가능한 레벨에 있는 분들이고, 재정이나 세금 빚에 대해 배우자를 속여온 사람들이 결국 파경을 맞는 경우도 봤다.
전 결혼 생활 중에 생겼던 부부 공동 세금 빚을 안고 세금 린 (tax lien) 까지 있었던 남자가 재혼을 한 후, 현재의 부인과 공동 명의로 은행계좌를 열어서 사용했는데, 재정 관계에 허술했던 남편은 본인의 자영업 소득과 경비를 개인 가계 지출 경비와 섞어서 사용했다. 부인이 개인 계좌와 비즈니스 계좌를 따로 구분하여 사용할 것을 요청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뤘다. 남편의 세금 빚과 세금 린 사실을 몰랐던 부인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IRS 국세청에서 부부 공동 계좌에 있는 돈을 세금 빚 만큼 차압해갔고 그 날 밤 부인과 남편 사이에는 큰 다툼이 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서로 간의 불신으로 인해 세금 문제 해결이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국세청 온라인으로도 본인이 손쉽게 Transcript 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신용 점수를 세 군데 에이전시를 모두 포함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잘못된 신용 정보는 클레임해서 수정하고 나쁜 점수는 앞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도박이나 베팅을 자주하는 습관이 있는 것도 알 수 있다. 등록금이나 수술비 같이 앞으로 큰 지출을 할 계획이 있거나 양육비나 부양비 같은 지속적인 지출, 세금을 공동으로 보고할 것인지 등에 대한 대화도 필요하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미리 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싸우지 않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돌아본 후 대화를 시작해보자. 특히 재혼 부부들에게는 투명한 재정 관련 대화가 원만한 결혼 생활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 배우자가 세금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면 효율적으로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가 상담을 권한다.
Sammy Kim
Attorney at La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