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필자가 봉직의로 워싱턴 한 병원의 신경내과 과장으로 근무할 때 진료한 환자의 경우이다. 65세 남성 환자로 건망증(memory loss)을 호소하며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16년 간의 대학교육을 포함한 정규 교육을 마친 고등교육의 소유자로, 내원 약 2 년 전부터 기억력에 약간의 문제를 느끼기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환자는 내원 수개월 전부터는 기억력 문제가 약간 심해져서 직장에서의 작업 능력(job performance)이 떨어지고 있음을 자각하기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직장 동료들은 전혀 환자의 문제를 눈치채지 못하였으며 또한 가정에서도 환자의 배우자를 포함한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환자의 인지기능(cognitive function)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 못하였다. 환자는 내원 얼마전에 고혈압(hypertension) 진단을 받았으나 내원시 환자의 활력징후(vital signs)는 정상이었다. 환자는 또한 우울증(depression) 증상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환자의 신경학적 검사(neurologic examination)는 정상이었으며 선별 인지기능 검사(screening cognitive function test)인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MMSE)는 30점 만점에 29점을 기록하였다. 환자는 다만 간이정신상태검사 가운데 지남력(orientation)에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하였을 뿐 이었는데, 환자는 필자의 진료실의 위치, 즉 필자의 진료실이 건물의 몇 층에 위치하는지를 기억하지 못하였을 뿐이었다. 또한 시계 그리기 검사(clock-drawing test)와 동물 이름 말하기와 같은 언어 유창능력 검사(verbal fluency test) 등에서도 정상 범위의 점수를 받았으며, 함께 시행된 혈액 검사(blood test) 및 뇌자기공명사진(brain MRI)에서도 어떠한 이상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임상 검사를 종합하여 볼 때 환자의 인지기능 상태는 정상으로 보였으며 이를 정상 노화(aging) 과정의 일부로 간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작업능력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본인의 기억력이 점차로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매우 염려하였으므로, 필자는 환자가 호소하는 기억력 장애를 더 자세히 평가하기 위해서 종합 신경심리검사(comprehensive neuropsychological assessment)를 의뢰하게 된다.
검사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지면관계상 검사 결과 및 진단 치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주에 이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 *신경내과 전문의 및 의학박사 임정국(상담 문의: 임정국 신경내과 703-277-3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