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쌀쌀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차가운 쇠고랑을 두 손에 차고 추운 듯 몸을 떨고 있는 아이에게 두 명의 경찰은 질문을 퍼붓고 있었고, 다른 경찰 두 명은 가게 점원인 흑인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흑인 여인은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큰소리로 사건 설명을 하였다. “내가 보니 저 아이의 행동이 의심스러웠어요, 아무리 보아도 아직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며 자꾸 눈치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잠시 후, 저 아이가 가게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니 손을 뒤로 감추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물건을 훔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 아이를 붙잡고 몸을 뒤지니 아이가 술 한 병을 허리 뒤에 숨기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인을 경찰을 불렀고 쏜살같이 달려온 경찰은 아이의 두 손에 쇠고랑을 채웠다.

그 소년의 나이는 이제 겨우 열네 살이었다.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한쪽 발로 땅을 톡톡 치며 서 있는 그 소년은 도둑질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죄책에 빠진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냥 무슨 일이 일어났거니,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아이의 얼굴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린 나이의 소년이 탐낼 수 있는 것은 많다. 작게는 의류에서 크게는 게임기나 혹은 요즘 한참 유행하는 iPod같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을 그 나이에 왜 술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 그 아이는 영원히 절도에 해당하는 범죄자라는 기록이 평생 그 아이를 따라다닐 것이다.

자신이 갖지도 못할 술을 훔치다 차가운 구치소에서 밤을 보낼 그 아이, 물론 다음날이면 자신의 부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부모님은 두 손에 쇠고랑을 차고 구치소에 앉아 있는 어린 아들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이제 겨우 열네 살의 어린 아들의 행위를 보며 부모는 가슴을 칠 것이다.
겨울바람을 맞으며 여린 손목에 차가운 쇠고랑을 차고 경찰차에 실려가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이 사건은 나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가끔 청소년들의 범죄가 심각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도의 성장기술로 관심의 대상이 아닌 것들이 없을 정도로 세상은 참으로 요란하기 그지없다. 소유하고 싶은 것을 소유할 수 없었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며 위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난 후 자신이 겪어야 하는 대가에 대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해 보지만 이미 그의 기록엔 범죄자라는 명칭이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그런데 더욱 무서운 일은 우리같이 남의 나라에 이민 온 어린 청소년들이 절도를 저지르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을 보는 일이다. 가장 쉽게 손을 대는 것이 옷이다. 알고 보면 그리 비싸지도 않은 물건에 손을 대고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 것인데, 그런 일을 저지른 청소년들의 마음이 그다지 죄스러워하거나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직 미성을 벗어나지 않은 어린 청소년들의 범죄행위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민생활에 얼마나 많은 장애를 불러올 것인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역시 마음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러한 청소년의 부모들이 하는 말은 “우리 아이가 착한 애예요. 어쩌다 나쁜 친구를 만나 그런데 휘말리게 되었어요.”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으니 그 말을 듣고 있는 자녀도 자신이 한 행위가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이민법이 알고 보면 차가운 쇠고랑보다 더 차갑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한 번의 범죄행위가 얼마나 많은 장애를 가지고 올 것을 미리 방지해야 하는 것도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몫이 아닐까? 우리는 이제 겨우 열네 살의 어린아이가 술을 훔쳤다는 것을 그냥 쉽게 혀를 차는 일로 끝내면 안될 것이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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