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되게하라는 진부한 명언을 싫어하며 자랐다. 꼰대 어른들이 사용했던 구시대적 성공 방정식같았다. 그러나 꼬이고 꼬였던 한 고객의 세금 문제를 우여곡절 끝에 성공시킨 후, 그 무용담을 관심 1도 없는 아들 앞에서 ‘안되면 되게하라’는 식의 밀어부치기식 교훈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 고객의 케이스는 플랜 A의 실패 후 B, C, 그리고 D까지 가서야 성공한 케이스였다.
플랜 A
자영업자였던 박사장은 6 년 전 미국세청 (IRS)을 상대로 $130,000 정도의 세금을 $5,000에 합의 조정해달라고 Offer in Compromise를 신청하여 성공적인 합의를 받아냈다. 재기를 꿈꿀 수 있어 너무 기뻤던 박씨는 다섯 달 안에 합의했던 $5,000을 성공적으로 다 갚았고, 국세청은 나머지 $125,000의 세금을 모두 탕감해주었다. 한 달 후 세금 린 (tax lien)도 자동적으로 말소되었으므로 몇 년 후 그동안 꿈꾸던 작은 집도 마련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해피스토리이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어느날 박사장은 국세청 IRS Revenue Officer 징수직원의 불시 가택 방문을 받았다. 국세청 직원은 벌금과 이자를 포함한 박사장의 밀린 세금이 $160,000라며 납세를 독촉했고 차압을 경고하며 떠났다. 몇 년 전 이미 삭제된 세금이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냐며 박사장은 다급하게 문의를 해왔다.
국세청에 알아보니 세금이 합의조정된지 오 년째 되던 해인 2019년도의 세금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Offer in Compromise 합의 조정안이 취소된 것이었다. 합의 조항에는 향후 오 년간 모든 세금보고를 마감일까지 하며 새로운 세금빚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약속이 있다. 이를 어기면 그동안 냈던 금액만 제하고 탕감되었던 세금액이 부활하게 된다.
플랜 B
박사장에게 왜 2019년 세금보고를 안했냐고 묻자 파트타임 직원으로 겨우 만 불도 못 벌었다며 회계사가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말을 토대로 세금 보고가 필요없는 해에 세금보고서 미제출을 이유로 Offer 합의안을 취소한다는 것은 국세청의 오류라고 주장할 셈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박사장의 말과는 달랐다. 그의 W-2 급여는 만 불 이하였으나 사이드로 계속 운영해온 자영업으로 2019년 매출이 약 8만 불을 넘겨, 그의 총 소득은 9만불이 넘었던 것이었다. 사업경비를 공제하면 손실이었다며 세금보고가 필요없다고 잘못 판단한 것이다.
플랜 C
플랜 B가 물건너가자, 박사장이 국세청으로부터 Offer in Compromise가 취소될 것이란 경고통지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에 착안해, 국세청이 Offer 합의안을 완전히 취소하고 탕감된 미납액을 부활시키기 전에, 납세자가 실수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했다고 항소했다. 국세청 담당직원은 Offer 합의안 취소 전, 통지서를 발송한 기록이 남아있으며 발송날짜와 박사장의 PO Box 주소까지 읊어주었다. 왜 그 우편을 받지 못했는지 박사장에게 묻자, PO Box 주소를 사용하지 않은 지 1-2년이 다 되어간다고 했다. 2019년 세금보고를 안 했으니 2018년 세금보고서에 기입되었던 PO Box 주소로 통지서가 발송된 것이었다. 국세청에 현 주소를 업뎃하는 것은 납세자의 책임이므로 플랜 C 주장 또한 물건너 가버렸다.
플랜 D
마지막으로는 밀린 세금의 징수시효가 일 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주력했다. 징수시효가 가까와지면 국세청의 징수액션이 더욱 세차지던가, 아니면 여러가지 이유로 전혀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박씨의 재정상태를 바탕으로 징수불가상태 (Currently Not Collectible)를 요청했다. 징수불가상태는 영구적인 방책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징수시효가 마감되는 단 일 년 동안만 콜렉션을 늦추면 되었다. 징수시효가 마감되는 동안 국세청이 박씨를 내버려둔다면 미납된 세금액은 삭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징수시효의 일 년이 꽉 채워져서 국세청 자료를 뽑아보니 박사장의 미납 세금은 모두 제로로 탕감되어 있었다. 신나서 퇴근한 나는 꼰대 어른이 되어 ‘안되면 되게하라’며 심드렁한 아들 앞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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