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성생리를 각각 8년, 7년의 주기를 기준으로 분류하는데,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는 칠칠 즉 49세, 남성의 경우는 팔팔 즉 64세가 되면서 성생리가 모두 끝나게 된다고 본다. 남녀 모두 처음 이차성징을 시작할 때 신체와 감정이 크게 변하듯이 우리는 성생리가 끝날 때 즈음에 또 한 번의 정신적, 육체적인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 바로 이 시기를 한방에서는 갱년기라고 정의한다.
노년의 윤택한 삶을 위해 갱년기는 관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원칙적으로 갱년기는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공평하게 생기는 현상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갱년기를 좀더 분명히 자각하고 고생하는 쪽은 아무래도 여성 쪽이 훨씬 많다. 이는 인간의 수명을 75세 전후를 기준으로 본다면, 갱년기에 이미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남성과는 달리 여성의 경우 아직도 젊음을 지닌 상태에서 성기능의 쇠퇴를 맞이함에 기인한다. 아무래도 여성의 경우 아직도 인생의 1/3 이상이 남아 있는 한창이라 느끼는 상태에서 갑작스레 여성만의 생리 기능이 갑작스레 끝나버리기에, 이 과정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역할에 대한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해서 갱년기의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는 노년의 윤택한 삶을 위해서라는 측면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있어 훨씬 중요하게 인식되고 관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남성 역시 여성과 마찬가지로 64세를 전후로 해서 골다공증이나 우울증 같은 육체적, 정신적인 변화를 느끼게 된다.
갱년기는 병이 아니다
일단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갱년기는 질병이 아님을 집고 넘어가자.
갱년기와 함께 찾아오는 정신적, 육체적인 급격한 변화들이 때로는 너무 힘들고 버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은 마치 한국에서 미국으로 처음 이민 올때 바뀐 환경에 느끼는 어려움과도 같은 일시적인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시간만 지나면 어느 순간 그렇게도 괴롭던 중증의 갱년기 증상은 대부분 저절로 소실된다. 물론 갱년기 자체가 노화의 한 과정이기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신장의 기능이 약해지는 신허(腎虛)증에 기인한 몇몇 증상들은 계속해서 남아있을 수 있지만 그것 역시 한의학적인 관리로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갱년기의 불편함을 최소화 하려면?
통계에 따르면 보통 여성의 경우 75% 정도가 폐경 후 다양한 갱년기 증상을 느끼며, 이 중에서도 약 20-25% 정도는 이 기간에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할 만큼 심한 증상을 호소하며 일상 생활에까지 지장을 받는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누구는 갱년기 때 큰 고생을 하고 누구는 같은 기간을 가볍게 지나갈까?
이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본래 가지고 태어난 오장육부의 기능과 물질을 소모하거나 쇠퇴하게 되는데, 젊었을 때 장부의 기능과 여러가지 물질을 잘 관리한 사람은 갱년기에도 큰 부족함이 없게 되어 극심한 변화를 겪지 않고, 반대로 이미 갱년기 이전에 장부의 기능과 필요한 물질을 지나치게 소모해 버린 이들은 갱년기에 더욱 큰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고로 갱년기 증상은 갱년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몸을 관리하고 아껴서, 급격한 변화의 후유증을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만약 이미 여러가지 불편한 증상이 시작되었다면 침과 한약 같은 치료법을 통해 최대한 빨리 몸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치료의 원칙으로 삼는다. 갱년기는 질병이 아니므로 성생리가 끝나며 오는 변화를 막으려 하기보다는 거스르지 않고 새롭게 바뀌어가는 몸의 변화를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학에서는 갱년기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을 치료하기 위해 감소해 버린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법을 시행하는데, 이는 갱년기의 변화를 부적절한 병증으로 판단하고 갱년기의 진행상태를 억제하려 하는 것으로 한의사의 눈에는 많이 부적절한 접근법으로 보인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갱년기는 정면으로 맞서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함께가며 조화시켜야 하는 인생의 한 부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