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본질

갑을의 관계는 봉건국가에서 발전한 한국사회에는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미국에서만 직장생활을 해온 본인에게 갑을의 관계는 추상적인 개념이었는데, 미국을 방문중이던 S재벌그룹의 지인에게서 그 모습을 보았다. 그룹의 임원이었던 지인은 손이 필요 없었다. 그가 호텔문을 나서면 보좌관이 문을 열어주었고, 차에 타려하면 차문도 열렸다. 식당에 가서도 보좌관이 메뉴를 열고 필요한 주문을 해 주었다. 마치 자신의 주변에 특별막이 존재해서, 스스로 알아서 모든 것들이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80년대의 한국사회에서는 갑회사의 젊은 과장이 을회사 중년의 중역에게 반말하는 것도 쉽게 목격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 갑질은 이미 한 국가를 초월해서 우리 인류에 퍼져있었던 것이다.


지구의 온난화로 생태계 자체에 많은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많은 종의 곤충, 동물, 식물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만일 조속히 행동하지 않으면, 이 생태계의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고,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열쇠를 쥔 생물은 ‘인간’인데, 문제는 이 인간이 너무 갑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시적으로는 ‘신이 오직 인간만을 사랑하기에, 절대로 지구를 멸망시키지 않는다’라는 자만감으로. 미시적으로는 개개인의 이익 때문에 눈 앞의 황금을 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 온난화를 극소화 할 수 있지만, 자동차 산업과 정유 산업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대중교통수단 설치 법안을 부결 시킨다. 1900년대 초반까지 성행했던 도시의 전차들이, 자동차/정유산업의 힘으로 이미 도시들에서 사라진 것이 그 사례 이다. 세계의 다른 선진국들이 고속열차 개발과 설치에 열을 올려도, 미국은 자동차/ 정유/ 항공산업을 위해서 고속열차 계획이 없다.


부동산 매매에서도 셀러는 바이어에게 갑질, 바이어는 셀러에게 갑질을 쉽게 목격한다. 셀러마켓이라고 셀러가 터무니 없는 조건으로 바이어를 경쟁시키고, 현찰구입이라고 바이어가 말도 안되는 낮은 가격에 오퍼를 넣고, 여기에 셀러/바이어의 에이전트에 대한 갑질도 가끔 목격된다. 서로 기분 좋게 진행해도 복잡한 일이 많이 발생할수 있는 부동산 매매를, 인격무시/갑질로 시작하는 것이다. 인간의 갑질에 지구의 멸망이 예견되듯이, 이런 매매는 계약파기/소송은 불보듯 뻔하다.


비지니스에서 윈-윈(Win-Win)의 개념이 자리잡은지 오래는 꽤 되었다. 나의 성공은 너의 성공에 달려있다는 공동운명체의 개념이다. 그러나 이 개념을 입에서만 읍쪼리고, 머리로 상상하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는 소비자의 책임도, 에이전트의 책임도 아니다. 바로 나 스스로의 책임이다. 나는 “내가 어떻게 대우 받는가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가에 달려 있다”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셀러가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하면, 바이어는 그 거래에서 손을 씻으면 된다. 바이어가 말도 안되는 오퍼를 해도, 셀러는 자신의 가격을 요구하면 된다. 구태여 분해하지 않아도 되고, 흥분할 필요도 없다.

세상에는 이상한 갑질괴물들이 많기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는것이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돈을 위해서 참는다면, 갑질에 대해서 순순히 순응해야 할 것이다.
세상은 나를 향해서 돌아가는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들이 나를 향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길목에서 서 있기 때문이다. 그냥 옆으로 빗겨 스면 그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