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은 건 어느 금요일 오후. 휘파람을 불며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급한 전화 같다며 직접 받아보라고 직원이 전화를 넘겨줬다. 로렌 (가명)이라고 밝힌 사람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로펌을 6년 전 거쳐간 의뢰인이라고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수 년 전에 도움을 받아 이미 세금 문제를 다 해결했는데 갑자기 통지나 예고도 없이 세무청 직원이 집에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로렌은 프리랜서로 일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리모델링 업자였다. 고급 주택에 비밀의 서재를 만들어주는 특이한 일로 입소문을 타서 한창 잘 나갔었지만, 10여 년 전 지역 경제가 무너질 때 그녀의 사업도 덩달아 곤두박칠쳤다고 한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미납된 세금이 있었고 결국엔 IRS의 세금 독촉이 이어지자 로펌에 의뢰를 했었다. 그 당시 밀린 소득세가 $130,000 정도였으나 월수입이 형편없을 때였으므로 각종 서류를 제출하여 세금탕감프로그램 (Offer in Compromise)을 신청해주었고, 결국 IRS가 신청을 받아들여서 총 $6,000을 5개월 내에 지불하는 것으로 그간 밀린 $130,000의 세금을 모두 탕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모든 세금빚을 청산했는데, 갑자기 집을 방문한 IRS 세무청 직원은 로렌에게 $160,000의 세금빚 납부를 독촉했다며 겁먹고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알아보니 로렌이 2016년도에 세금 보고를 하지 않아 Offer in Compromise가 취소된 것이었다. Offer in Compromise프로그램은 탕감된 세무액을 다 납입한 뒤에도 그 후 5년간 세금보고를 꼬박꼬박 해야하고 새로운 세금빚을 지면 안된다는 게 계약사항이다. 세금보고나 납입을 안 할 경우 탕감계약 자체가 취소되면서 그간 낸 금액을 제외한 빚 전액이 다시 살아난다. IRS는 그 동안의 벌금과 이자까지 붙어서 $160,000을 요구하고 있었다.
2016년도에 사업으로 손해를 많이 본 로렌은 수익이 없었으니 세금보고도 필요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많은 의뢰인들이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지만, 세금보고의 여부는 손에 쥔 순수익의 여부가 아니라 총매출이 얼마냐에 따라 결정된다. 다행히 로렌의 집을 방문했던 IRS세무청 직원은 본 로펌과 여러번 일을 같이 많이 한 직원이었다. 일단 기본 서류를 주고받고 난 후, 2016년의 사업 손해를 설명하고 고의가 아니라 납세자의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임을 설명했지만 총매출이 $100,000였던 2016년의 세금보고는 필수였다. 예상대로 이 논리는 먹히지 않았다. 그러면 플랜 B로 가야했다.
로렌이 통지서를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속으로 예스!라고 외치며 IRS가 Offer를 취소하기 전 납세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하지 않았음을 항변했으나 해당 직원은 고지서가 발급된 날짜와 수신주소까지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알고보니 2015년 이후로 사용하지 않았던 P.O. Box 로 고지서가 날아갔고 다음해 세금보고를 안했으므로 최근 주소가 IRS에게 없었던 것이다. 주소변경 사항을 알리는 것은 납세자의 의무이므로 이 논리 또한 먹히지 않았다.
플랜 B가 안되면 플랜 C로 갈 수 밖에. Appeal을 신청하고 Form 433-A라는 양식을 통해 현재의 수입과 지출로는 제대로 분할납부도 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로렌이 탕감된 빚을 모두 성실하게 기한 내 납부하였고, 빠진 세금보고도 비고의적이었으며 이미 심사를 거쳐 탕감된 세액을 징수하는 것은 납세자의 날개를 꺾는 것과 같아 정부에게도 손해라는 점을 설명했다. 곧 세금을 징수 (collection) 할 수 있는 시효도 끝나가므로 그녀의 세금 계좌를 당분간 Currently Not Collectible로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은 받아들여졌고 약 11개월 뒤 징수시효가 소멸됨으로해서 로렌의 세금빚은 모두 깨끗이 정리되었다. 세금보고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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