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보시지요.

썰렁한 비가 계속 추적거리고 내린다. 을씨년스러운 창밖을 내다보며 ‘이럴 거면 하얀 함박눈 좀 내려주시던가 아니면 쨍쨍한 해님이라도 주시지 이게 뭐야?’라며 중얼거린다. 책상 앞에 앉으며 ‘아! 올해엔 어떤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오시려나.”라는 생각을 한다. 누가 찾아오건 찾아와 불러주는 꾀꼬리 노랫소리를 정겹게 그리고 아름답게 들으련다. 목사님이 “우리는 앞으로도 항상 예쁜 말만 하고 좋은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시는데 별안간 웃음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그래야지, 그래야 할 거라고 하면서도 자꾸 웃음이 나오는 것은 나 자신이 그렇게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그것이 아주 정확한 말씀인지는 잘 알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어디 그렇던가. 살다 보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심술부리고 구시렁거리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었다. “예. 그렇게 살아야 하겠지요. 우리도 그렇게 가 보도록 노력해야지요.”라고 말하지만, 괜히 구차한 변명 같아 예수님 뵙기가 민망스럽다. 그래도 이제 새해가 되었으니, 밝고 고운 웃음 지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우리 이웃이 할 수 없는 일을 해 줘야 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이제 불우한 이웃도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더구나 아픈 몸 때문에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도 기쁨과 행복만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제 한국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더 시끄러워질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제가 그것을 알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것은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저는 제 일만 하렵니다.”라고 대답한다. 가족은 가장이 지키고, 국가는 국가 원수가 지키고, 세상은 하느님께서 지켜 주실 것인데, 우리가 뭐라고 앉아서 콩닥콩닥 떠들어 봐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내가 할 일만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내일은 무엇을 할까를 걱정하기보단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만 곰같이 묵묵하게 할 뿐이다. “박근혜가 그 남자의 6번째 부인이었대요.”라고 말하는 누군가에게 “조금 있으면, 애도 하나 낳았다고 하겠지, 아니 중절 수술도 몇 번 받았다고 할 거야.”라고 대답했지만, 참 슬픈 말이었다. 6번째 부인이었다면, 어찌하여 그 일이 지금까지 숨겨져 왔던 것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세상에, 더구나 박근혜에게 벌어진 그 일이었던 것을, 우리는 모두 주님께 기도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이라고 자부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일을 말하기보단, 그를 위해 한마디의 기도를 해 주는 게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신문 방송에서 떠들어 대는 그 많은 유언비어 한 마디에 마음을 쏟는 사람들. 남이 하는 말은 믿으면서 정작 본인의 말은 믿지 않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땐, 마음이 너무 답답하다. 전에 어떤 여자가 “제가 알기에는 매일 남자들을 만나는데 다 사귀는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런 사람 있으면 저도 한 사람 소개해 주세요.”라는 하도 말 같지 않은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가치도 없었다.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그냥 심심풀이 오징어와 땅콩 먹듯이 하는 그 말을 듣는 장본인의 마음이 얼마나 큰 충격과 상처가 되는지를 정말 알고 하는 말일까? 이유야 어찌 되었건,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우리는 상대가 밉건 곱건 마음으로 가슴으로 기도해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늘 눈 뜨면 기도하고 눈을 감기 전에도 기도하건만, 기도하는 그 마음속에 남을 배려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기도는 그야말로 기도가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한 한낱 속절없는 무용지물뿐인 기도일 뿐이다. 내 나라 대한민국도 세계도 우리가 어쩌니저쩌니하며 떠들어 댈 그런 시간이 있다면, 우리의 이웃을 위해 우리의 삶을 위해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꼬~끼오.하고 정유년 붉은 닭이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를 듣지 당신들은 못했는가? “얘들아, 다들 시끄럽다. 너나 잘살아라.”라고. 그래 그렇게 우리는 힘차게 일어나 뜨거운 사랑과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곳을 향하여 우리는 가야 한다. 어둠은 저 먼 추억 속에 묻어버리고 사랑과 꿈이 가득한 그곳, 희망이 있는 곳으로 우리 이제 떠나볼까요? 자! 이제 우리 다 함께 가 보시지요.